눈물로 만든 단단한 바다

세 번째 문 - 마니푸라 차크라(태양의 에너지)

by 고요한동산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닥으로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그 심해에서 떠오르는 건, 깊은 슬픔 속에서도 뿌리내리고 있던 누군가의 눈동자입니다.


대학로 번화가 시끌벅적한 포차에 앉아 친구들과 술잔을 박으며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대고 있었습니다. 가게 안으로 할머니가 들어오더니, 테이블마다 초콜릿과 껌을 하나씩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돌며 값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테이블의 젊은 남자가 초콜릿을 이미 먹어 치우고 껌을 씹고 있으면서도 돈을 주지 않았어요.

"3000원입니다."

할머니가 초콜릿 값을 달라고 하자 남자가 큰 소리로 말했어요.

"먹으라고 테이블에 올려놓을 땐 언제고 왜 이제 와서 돈을 달래?"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보다가 "먹었으니 돈을 줘야지요" 했습니다. 그러자 남자는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뱉은 뒤 비웃으며 일행과 함께 키득됐습니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말했습니다.

"먹었으니 3000원 주세요."


그러자 남자는 오기를 부리듯 질척하게 씹고 있던 껌을 퉤 뱉어 할머니를 향해 튕겨냈습니다. 그의 입안에 있던 이물질은 앞에 있던 할머니의 뺨을 때리고 바닥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간이 멈춘 듯 일제히 멈추었고, 시선을 할머니와 남자에게 고정했습니다.

그 순간 모두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흔들렸지만 할머니의 눈은 오히려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남자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이 깊은 바다처럼 느껴졌습니다. 힘겹고 비참한 삶은 눈물을 만들었을 테고 그녀는 삼키고 또 삼켜 억울함과 비통함을 녹여 짜디짠 바다를 만들어 냈을 겁니다.


감정의 끝에 서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에 저도 함께 모든 게 멈춰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눈은 공허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고개 숙이지 않았고 눈물의 바다는 넘치지 않았으니까요. 자신이 버텨온 세월의 힘을 눈에 실어 당당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약하지 않아. 너 같은 어린놈이 소리를 질러도 나는 충분히 당당해.'

할머니는 거센 태풍과 찢길 듯한 파도가 일어도, 깊은 바닥에서 그저 묵묵히 제 무게를 견디며 삶을 지킨 게 아니었을까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남자를 저지하기 위해 저와 친구들이 엉덩이를 떼는 순간 주인이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돈은 제가 드릴게요. 그리고 손님! 그만하시죠."

일제히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허세 가득한 욕지거리를 쓰레기 배출하듯 던져두고, 그는 이내 도망치듯 가게를 빠져나갔습니다.


할머니는 눈을 감고 한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뜬 할머니는 껌과 초콜릿이 담긴 커다란 가방을 끌고 세상밖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갔습니다. 할머니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내 마음에 이미 각인된 할머니의 눈동자가 계속 어른거렸습니다.


깊은 눈물의 바다. 그 심해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

숨을 뱉어낸 후 멈추어 머물러있는 진공상태 같았습니다.


세상이 쉽지 않은 이유가 이렇게 단단하고 강인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 일까요.

아주 작은 것에도 휘둘리며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굴 때가 많습니다.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누워있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던 할머니 눈이 자꾸 떠올라 죄책감이 듭니다.

그러면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펴내고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할머니 눈에 담겨있던 삶의 의지와 감정에 지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기억하면서 저도 의지를 다집니다.


삶은 왜 이토록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까 한탄하지 않고, 할머니가 커다란 가방에 팔 수 있던 것들을 가득 담아 최선을 다해 살아갔던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 다짐합니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나의 삶에 생채기를 내지 못하도록 단단한 내면을 가질 수 있기를...


그 눈동자는 나를 바라보며 일어나라 합니다.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일어나서 할 일을 해'라고 말합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나도 모르게 매트를 폅니다.

엉덩이를 매트 위에 내려놓고 무릎을 가슴께로 끌어당겨 웅크리고 스스로를 안아줍니다.

'괜찮아!' 하면서요.

그러고 나서 허벅지를 잡고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인 뒤, 구부린 다리를 들어 올리고 중심을 잡았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상태를 만나자 다리를 펴내 보트자세를 취해보았어요.



한없이 말랑하기만 한 내 내면이 조금이라도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보트자세에 머물러 있다 보면 흔들리는 나와 기어코 균형을 이룬 나 모두를 만나게 됩니다.

'내 삶은 나의 의지로 움직일 거야. 내가 어떤 사람이건 인정하고 나아갈 거야'

할머니가 외부의 자극에도 스스로를 다잡았듯이 매트 한 장 펼쳐놓고 마치 간단한 문제인척 하며 나의 중심을 잡아봅니다.


숨을 내쉬고 나를 가라앉히고 숨을 마시며 눈에 에너지를 담아봅니다.

나의 의지가 담긴 손끝과 발끝이 힘 있게 뻗어나갑니다. 마침내 파도에 흔들리듯 기우뚱대던 보트가 균형을 잡아 고요해졌습니다.

복부 끝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을 가지고 당당하게 바라보던 할머니의 눈동자가 내게 말합니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 필요한 태양의 빛은 네 안에 있어'




할머니의 눈동자에 깃든 깊은 바다 같은 에너지는 어떤 풍파에도 자신의 존엄을 태워 빛으로 올리는 번째 - 마니푸라 차크라(Manipura Chakra)의 힘이었습니다.


우리는 숨을 쉴 때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들이쉰 뒤 잠시 멈추고, 내쉰 뒤 다시 머무는 순간이 있습니다.

숨을 들이쉴 때 에너지를 채우고, 잠시 멈추어 가득 찬 에너지를 느낍니다.

부드럽게 숨을 내쉬고, 그리고 비워진 진공의 고요함을 느낍니다.


요가에서는 들숨과 날숨보다 그 사이에 멈추는 '쿰바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의식적으로 조절된 호흡은 마음의 흐름을 멈추고 고요히 머무르게 합니다.

할머니의 눈동자에서 본 것은 비워낸 호흡에 깊이 머물러 안에서 피어오르는 에너지였습니다.

숨을 모두 비워낸 뒤 수도꼭지를 잠그듯 단단히 문을 닫아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것이죠. 의지 없이 숨을 꺼뜨려 에너지가 사라지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배꼽 안쪽의 태양 에너지가 작동하며, 게으름과 자기 의심, 수치심, 분노, 자존감의 결핍을 태워 새로운 에너지로 변화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겠다는 태양의 에너지 마니푸라 차크라절망 속에서도 삶을 붙드는 뜨거운 생명의 의지입니다. 내 안의 불꽃은 나를 소모시키지 않고, 오히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내는 힘, 그게 바로 마니푸라 차크라의 불이었습니다.




★ 마니푸라 차크라(Manipura Chakra) 알아보기

마니푸라 차크라는 ‘빛나는 보석의 도시’라는 뜻을 가집니다.
‘보석’을 뜻하는 Mani와 ‘도시, 장소’를 의미하는 Pura가 합쳐진 말입니다.
우리 몸의 중심인 배꼽 부근(태양신경총)에 위치하며,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내면의 엔진’이자 ‘의지의 거처’입니다.

에너지가 빛난다는 것은 외부의 시선이나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낸다는 의미입니다.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해의 밑바닥처럼, 내면의 중심을 잡고 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의 주권을 되찾습니다.
즉, 마니푸라 차크라는 무기력을 태워 확신으로 바꾸고, 두려움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실행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니푸라 차크라는 불(Fire)의 원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은 모든 것을 태워 변형시키고 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섭취한 음식을 생명력으로 바꾸는 소화의 불꽃(Agni)인 동시에,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입니다. 이 에너지가 부족하면 삶은 차갑게 식어 무기력해지고, 불꽃이 타오를 때 비로소 당당한 생명력을 얻습니다.

<요약>
- 불의 원소를 품은 에너지이고, 의지, 자존감, 주체성, 개인의 힘과 연결됩니다.
- 노란색(황금색)으로 표현되는 찬란한 태양의 파장입니다.
- '안 될 것 같다'는 포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겠다'는 확신과 용기의 에너지입니다.




나를 깊이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 내면의 매듭을 단단히 여미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보트 위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누구에게도 내 키(Key)를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와 같습니다.


오늘의 아사나, 보트자세마니푸라 차크라를 깨우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보트 자세(Navasana)

바닥에 앉아 두 다리를 앞으로 길게 뻗습니다.
무릎을 굽혀 세우고 발바닥을 바닥에 둡니다.
손은 허벅지 뒤쪽을 가볍게 감싸 쥐거나 엉덩이 옆 바닥을 짚습니다.

숨을 들이마시며 척추를 정수리 방향으로 길게 늘이고, 가슴을 활짝 폅니다.
이때 어깨의 긴장은 툭 내려놓고, 배꼽 주변에 의식을 집중해 봅니다.

숨을 내쉬며 상체를 뒤로 살짝 기울여 봅니다.
등이 둥글게 말리지 않는 지점까지만 기울이고, 꼬리뼈가 아닌 좌골 바로 뒤편에서 균형을 찾아봅니다.

이제 한 발씩 천천히 바닥에서 들어 올립니다.
(중심을 잡기 힘들다면 발끝만 바닥에서 떼거나, 종아리가 바닥과 수평이 되는 지점까지만 들어 올리세요.)
더 높이 들거나 다리를 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우뚱 흔들리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세요.
흔들림 속에서도 척추는 곧게 세우고, 시선은 발끝 너머 한 점을 응시합니다.

이제 준비가 되었다면,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아 앞으로 나란히 뻗어봅니다.
손끝까지 에너지가 전달되는 것을 느끼며, 배꼽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세요. 호흡이 멈추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숨을 마실 때 복부 안쪽에서 불꽃이 타오르듯 에너지가 응축되고, 숨을 내쉴 때 그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갑니다.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해의 밑바닥을 상상해 보세요.

몸은 부르르 떨리고 보트는 기우뚱거릴지라도,
당신의 내면만큼은 고요하고 단단하게 중심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는 충분히 강하다'는 믿음을 호흡에 실어 보냅니다.

충분히 머물렀다면, 숨을 내쉬며 천천히 발을 바닥으로 내리고 상체를 숙여 웅크려 나를 안아줍니다.
내 안에서 일어난 따뜻한 열감이 온몸을 감싸 안습니다.

주의)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다리를 내리고 휴식하세요.

마니푸라의 힘은 무리한 고통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존중'에서 나옵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도록 내면을 단단한 에너지로 채우는 태양에너지 마니푸라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삶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언제나 자신에게서 나옵니다. 우리 안에는 태양과 같은 불꽃이 있으니, 잠시 멈추어 가만히 그 에너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나를 조율하고 다시 일으키는 힘이 거기서 시작하니까요.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물처럼 흘러가고, 불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러다 공기처럼 가벼워지고, 공간처럼 넓어져, 마침내 빛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삶의 여정의 지도를 펼치고 내가 갈 길의 경로를 알고 간다면 조금 덜 두렵겠지요. 차크라의 에너지가 당신의 '삶의 지도'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감정과 창조의 에너지인 번째 차크라 - 아나하타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의 여정의 지도 - 차크라 7단계>

첫 번째는 물라다라 차크라(뿌리) - ‘나는 여기 존재한다’는 안정의 자리입니다.
두 번째는 스와디스타나 차크라(성골) - 감정과 창조의 흐름이 피어나는 곳입니다
세 번째는 마니푸라 차크라(태양신경총) - 나의 의지와 힘이 깨어나는 중심입니다.
네 번째는 아나하타 차크라(심장) - 사랑의 에너지입니다.
다섯 번째는 비슈다차크라(목) — 진실을 말하고 표현하는 통로입니다.
여섯 번째는 아즈나 차크라(제3의 눈) — 내면의 통찰과 지혜의 눈입니다.
일곱 번째는 사하스라라 차크라(정수리) —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빛의 자리입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네 번째 차크라 - 아나하타 차크라(심장)



*** 이미지 - chatgpt 활용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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