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감싸는 따스한 파장

네 번째 문 - 아나하타 차크라

by 고요한동산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특히 불안한 순간일수록 무리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존재의 증명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고등학교 마지막 해,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열댓 명이 다시 같은 반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고, 끈끈하게 묶인 듯 의리를 외치며 모두 모여 밥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다른 무리를 만들며 흩어졌고, 고개를 들어보니 A와 나만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느 무리에든 섞일 수 있었겠지만, 왠지 움직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A를 위해 그 자리에 남았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마음은 떠나간 이들의 뒷모습을 애써 쫓지 않기 위해 쳐놓은 얇은 보호막에 불과했습니다. 무리의 중심에서 빛나는 별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렇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고립을 택했습니다.

원소들이 서로 다른 원소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듯, 교실도 처음 모습에서 서서히 달라져 갔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두런두런 모여 밥을 먹던 자리에는 그들이 남기고 간 웃음의 잔향만 남아 있었습니다. 흔적을 지나치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아이들의 경쾌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작은 의자에 앉아 마치 무성영화를 보는 듯 교실 풍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쪽이야. 아니, 저쪽이야.'

보이지 않는 화살표가 교실을 떠다니며 그렇게 그들을 안내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결의 흐름에 따르지 않으면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교실을 휘감았습니다. 떠나가는 친구들을 속으로 비웃으며, 혼자가 되더라도 내 자리를 지키겠다는 오기를 부렸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는 말에 자석처럼 하나둘 붙더니 순식간에 떡볶이 부대가 결성되었습니다. 무심한 척 모습을 바라보던 내 눈과 무심코 마주친 한 친구가 내게 물었어요.

“너도 갈래?”

아이들을 비웃던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렸습니다. 마치 그 자리에 초대장을 받은 듯, 미소 띤 얼굴로 그들을 재빠르게 쫓아갔습니다. 그 순간 A와 눈이 마주쳤지만 모른 척 시선을 돌려버렸습니다. 남은 한 명을 위해 자리를 지켰다고 믿었지만, 그건 내 마음을 분리하기 위한 비겁한 합리화였을 뿐이었죠.


사실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재잘거림 속으로 나도 들어가고 싶었고, 애초에 내게는 누군가를 위하는 정의 따위는 없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A는 같이 안 가?”

내게 초대장을 건넨 친구의 목소리에 나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부끄러워졌습니다. 스스로가 놓아둔 덫에 걸려 들키고 싶지 않았던 패배감을 결국 드러내고야 말았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랐지만, 어느새 친구들 틈새에 끼어 떡볶이를 먹고 있었습니다. 떡볶이가 담긴 그릇에 내 포크를 끼워 넣으며 멋쩍게 함께 웃었습니다. 떡볶이는 달고 짜고 매웠습니다.


내가 쳐놓은 벽 안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은 얇은 막을 뚫고 들어와 마음에 생채기를 냈습니다. 겉으로는 외부에 관심 없는 척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지만 사실 내 시선은 계속 외부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런 내 마음이 지독히도 볼품없어 지우개로 지우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늘 그랬듯이 A와 둘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A에게 나의 비겁함을 덮고 싶어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건넸습니다. 괜스레 주말 약속을 잡아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 색색의 옷을 입은 가을이 되어서야 그녀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음악잡지를 사서 스크랩하는 것을 좋아하던 A. 찰랑이는 긴 머리칼을 땋아 양갈래로 묶는 것을 좋아하던 A. 무심한 듯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를 좋아한다던 A.

자신에게는 괜찮은 사람의 프레임을 씌우고 A와 은근슬쩍 마음의 거리 두기를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편견에 가득 차 선을 긋고 A를 대한 자신이 싫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잡지 신간을 내게 내밀며, “너는 멋진 친구야.”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친구들이 떠나가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켜준 것은 오히려 A였습니다. 그녀는 불쑥불쑥 튀어나왔던 나의 비겁한 마음을 그렇게 말없이 안아주었습니다.


주류가 아니어서, 주목받지 못해서, 세상에 눈부신 빛과 같은 사람이 아니어서 실패했다는 느낌에 사로잡힌 순간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태양도 광활한 우주 저 멀리에서 보면 작은 점으로 보일 거야. 게다가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빛이 반사되어 뒤늦게 찾아온 결과물일 뿐이야. 나에게 빛이 없다고 느꼈던 것은 단지 거리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 아닐까.’


겉에 쳐놓은 방어벽을 허물고 안으로 들어오니 반짝이는 내 마음이 보였습니다. 누군가에 빛에 반사된 내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여지고 싶어서 그 자리에 그렇게 고집스럽게 머물렀던 건지도 모릅니다.

색 바랜 못생긴 마음을 열어보니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빛이 보였습니다.


내 빛을 소중히 하고 A를 바라보니 그녀도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누군가를 제대로 바라보고 마음을 내어주는 일은 결국 내 안에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 나는 이 단어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이것을 갈구했습니다.

나는 내 자리에서, 너는 너의 자리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

나를 감싸 안음으로써 너를 감싸 안는 것.

그렇게 연결된 마음을 이제는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가슴 중앙, 심장 에너지가 모이는 아나하타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 차크라는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마침내 나와 화해한 사랑의 에너지가 비로소 모든 존재를 순수한 사랑으로 끌어안으니, <심장의 에너지 - 아나하타 차크라>가 열린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랑이 퍼져나간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걸까요.


중심에서 반짝 빛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주변인들. 사회는 보통 이렇게 사람을 나눕니다.

그 외부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며 작아지기 쉽습니다. 계속 변화하는 세상에서 주류에 서기 위해 얼마나 숨 가쁘게 달려가는지... 그러다 뒤처지게 되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됩니다. 그 자리에 멈춰 있는 자신을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높은 장벽을 세우기도 합니다.


세상의 소용돌이에 함께 하지 못하면, 좀 어떤가요.

태풍의 눈은 고요합니다. 그 가운데 서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부족한 나는 떨어뜨려두고 세상을 쫓아가려고 하면 그 부족한 녀석이 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끌어안고 토닥여서 함께 가야만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괜찮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내 안에서 ‘괜찮다’고 말하는 심장의 울림을 들어야 합니다. 바로 외부에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울리는 그 소리를 말이지요.


가슴에 숨을 가득 채워 머금은 채 잠시 머물러, 심장의 두근거림, 떨림, 따뜻함을 느껴보세요.

그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벅차오름이 찾아옵니다. 때로는 미소가 번지고, 때로는 눈물이 고여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감각과 감정이 가슴에서 일어나 부드러운 파동처럼 온몸으로 흘러나갈 때, 그것이 바로 사랑의 에너지 - 아나하타 차크라가 깨어나는 순간입니다.


스스로를 포용한 내 안의 사랑이 서서히 번져 나갈 때, 세상과 나의 연결이 비로소 시작됩니다.

세상을 감싸는 따스한 원의 파장이, 내 몸을 순환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퍼져나갑니다.



★ 아나하타 차크라(Anahata Chakra) 알아보기

아나하타(Anahata)는 ‘타격되지 않은 소리’, ‘부딪히지 않은 울림’을 뜻합니다.
누군가와 부딪히지 않아도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울려 나오는 사랑의 진동, 즉, 조건 없는 ‘존재 그 자체의 울림’을 상징합니다.

우리 몸의 중심인 가슴 한가운데(심장 부근)에 위치하며, ‘사랑’, ‘연결’, ‘공감’을 관장하는 차크라입니다. 이곳은 상반된 에너지 —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생존과 욕망의 힘, 그리고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와 깨달음의 힘 — 그 두 흐름이 만나는 조화의 중심입니다.

>>아나하타 차크라의 에너지가 열리면, 우리는 외부의 인정이나 조건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내면의 평화를 경험합니다.

>>이 에너지가 막히면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사랑을 주는 대신 계산하며 상처받게 됩니다. 그러나 가슴이 부드럽게 열릴 때, 그 안에서 나오는 사랑은 누구를 향해 흘러가든 결국 ‘나 자신’을 치유합니다.

아나하타 차크라는 공기(Air)의 원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기는 형태가 없지만, 모든 것을 감싸 안습니다. 그처럼 사랑의 에너지는 소유하지 않고, 흐르고 머물며, 스스로 순환합니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가슴에서 일어나는 진동" 그것이 바로 아나하타의 숨결입니다.

<요약>
* 공기의 원소와 연결된 에너지이며, 사랑, 자비, 공감, 관계, 조화를 상징
* 녹색 또는 분홍빛으로 표현
*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나”를 인정할 때 깨어나며,
사랑을 ‘받는 것’에서 ‘주는 것’으로 전환시키는 에너지.
-> 마음의 중심에서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조화의 심장’입니다.


가슴 한가운데 묵혀 있던 감정의 매듭을 부드럽게 풀어내고, 나를 따스히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내 마음도 모난 내 모습도 괜찮으니 가슴을 활짝 열고 내 안의 빛을 꺼내보는 시간입니다.

심장을 마사지해서 감정을 어루만지며 사랑의 빛을 드러내보세요.


오늘의 아사나 1 – 코브라포즈(부장가아사나)입니다.


의미: Bhujanga는 ‘코브라(뱀)’, Asana는 ‘자세’를 뜻해요.
뱀이 머리를 높이 들어 올려 세상을 관찰하는 모습처럼, 이 자세는 자신의 중심에서 당당히 세상을 마주하는 자세예요.

요가매트 위에 엎드려 눕습니다.
다리는 골반 너비로 벌리고, 발등은 바닥에 붙입니다.
손바닥은 가슴 옆, 팔꿈치는 몸통 가까이 붙입니다.
(허리가 약하다면 손을 더 앞으로 가져가 준비합니다)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어깨와 턱의 힘을 풉니다.

다리는 뻗어내고 배꼽을 당기고 꼬리뼈를 살짝 아래로 내립니다.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머리 → 가슴 → 배 순서로 상체를 들어 올립니다.
(허리가 아니라 등 근육이 주도해야 해요.)

손바닥으로 바닥을 누르되, 팔로 몸을 밀지 말고 등과 가슴의 힘으로 들어 올려요.
(허리 통증이 있다면 팔을 다 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래도 힘들다면 손을 더 앞으로!)

어깨는 아래로 끌어내리고, 쇄골을 넓히듯 가슴을 활짝 엽니다.
시선은 정면 또는 하늘, 목은 길게 늘입니다.
복부 아래 부분은 바닥에 닿은 채, 허리는 과하게 꺾이지 않게 유지합니다.

가슴을 여는 후굴이지만, 젖힘이 아니라 열림에 의식을 두세요.
가슴 중앙(심장 부근)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열릴 때,
닫혀 있던 감정이 열리고 두려움은 녹아내릴 거예요.
내 사랑을 세상에 보낸다는 느낌으로요!

>>15~30초 정도 호흡하며 유지.
>>가능하다면 2~3회 반복.
>>호흡이 멈추지 않도록, 깊고 길게 호흡.
>>아사나를 마친 후, 아기자세로 쉽니다.
>>임신 중이거나 복부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 피하세요.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스스로에게 가끔씩은 물어봐주세요.
그리고 많이 많이 사랑해.
하고 대답해 주는 겁니다.


따뜻한 사랑의 에너지 아나하타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봤습니다. 외부로 향하는 따뜻한 시선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 안의 사랑의 에너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 물처럼 흘러가고, 불처럼 살아 있습니다. 그러다 공기처럼 가벼워지고, 공간처럼 넓어져, 마침내 빛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삶의 여정의 지도를 펼치고 내가 갈 길의 경로를 알고 간다면 조금 덜 두렵겠지요. 차크라의 에너지가 당신의 '삶의 지도'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진실을 말하고 표현하는 다섯 번째 차크라 - 비슈다 차크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삶의 여정의 지도 - 차크라 7단계>

첫 번째는 물라다라 차크라(뿌리) - ‘나는 여기 존재한다’는 안정의 자리입니다.
두 번째는 스와디스타나 차크라(성골) - 감정과 창조의 흐름이 피어나는 곳입니다
세 번째는 마니푸라 차크라(태양신경총) - 나의 의지와 힘이 깨어나는 중심입니다.
네 번째는 아나하타 차크라(심장) - 사랑의 에너지입니다.
다섯 번째는 비슈다차크라(목) — 진실을 말하고 표현하는 통로입니다.
여섯 번째는 아즈나 차크라(제3의 눈) — 내면의 통찰과 지혜의 눈입니다.
일곱 번째는 사하스라라 차크라(정수리) —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는 빛의 자리입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다섯 번째 차크라 - 비슈다 차크라(목) - 진실한 소통



*** 이미지 - chatgpt 활용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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