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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Sep 06. 2017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24 크리스마스의 악몽

진정한 자아를 찾는 방법

크리스마스 vs 할로윈

왠지 으스스하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할로윈 마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흡사 키다리 아저씨같이 길다란 팔과 다리, 그리고 해골 모양의 얼굴을 가진 잭 스켈링턴은 매해 할로윈 데이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할 방법을 고안해 낸다. 그러나 기나긴 세월, 똑같은 이벤트만 준비하다보니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버리고 마는 잭.

그러던 어느 날, 반려견 '제로'와 산책을 하다 우연히 크리스마스 마을로 흘러들어간 잭은 온통 흑백 일색인 할로윈 마을과는 달리, 색색이 다채롭고 따듯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크리스마스 마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산타클로스를 대신하여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로 결심하고 산타를 납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이브, '제로'가 이끄는 썰매를 타고 굴뚝마다 선물을 놓고 떠나는 잭에게 아무도 고마움과 기쁨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들은 할로윈 데이에나 받을 법한 무시무시하고 그로테스크한 선물(?)에 기겁하고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다.


한 편, 이 모든 것을 바로잡고자 납치된 산타를 풀어주려고 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잭을 짝사랑하는 샐리였다. 샐리는 온힘을 다해 모든 것을 되돌리려고 하지만, 가녀린 샐리는 할로윈 마을의 악당 부기 우기에 맞서 싸우기엔 역부족이다.


그런데 간절한 샐리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산타행세를 하는 이방인에게 집중 포격을 가하는 밝은 세상의 사람들로인해 거의 죽다시피하다 살아난 잭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부기 우기로부터 산타를 구출하는데 성공한다. 결국 할로윈 마을은 잭을 되찾아 기뻐하고, 크리스마스 마을은 산타를 되찾아 기뻐한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다시 세상의 아이들은 아름다운 성탄절을 되찾게 되었다.



따라하는 삶 vs 자신의 삶

잭은 왜 갑자기 산타가 되려고 했을까. 바로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산타의 삶에 질투심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시기 질투는 불만족과 열등감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지루한 일상에 질린데다 할로윈 마을이 갖지 못한 크리스마스 마을의 따듯한 분위기를 부러워한 잭은 결국 질투의 대상을 제거하는 것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한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잭은 자기애적 성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기애적이라고 해서 자신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자신감 넘치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상상해서는 안된다. 이들은 자신이 남들과는 달리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믿으며, 우월감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상에서 한계에 많이 부딛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음 속 깊이 열등감과 불만족을 품고 살기도 한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향한 질투심이 크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 따위는 무시해 버린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여 한 껏 우월감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누군가를 동경하는 마음 또한 커서 이상화를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잭 역시 산타를 부러워 하여, 그의 역할을 뺏고자 한다. 산타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는 하지만, 능력 부족으로 업무 수행도는 현저히 낮다. 사람들이 불평 불만을 쏟아내고, 우려를 표시해도 듣지 않는다. 남을 따라하는 삶은 이렇게 뚜렷한 한계를 수반한다.


대신, 자신의 삶을 살면 누군가를 따라하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성과와 비교당하는 일 또한 없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면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기의 가치를 높이는 일. 자기애적 성격의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할로윈 마을의 초자아, 샐리

초자아라는 것은 쉽게말해 자기 내부에서 양심의 소리를 내는 자아의 단편을 말한다. 초자아가 발동하면 옳고 그름을 명확히 짚어낼 수 있으며, 그른 행동을 할 경우 죄책감이나 수치감을 들게하여 자아가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할로윈 마을 사람들은 잭이 산타를 납치하고 크리스마스 프로젝트를 실행하겠다고 선포했을 때, 속으로는 반대했지만 겉으로는 잭에게 동조했다. 호박의 황제라고 불리우는 주인공 잭에게 맞서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 중 유일하게 샐리만 그를 저지한다. 산타를 풀어주려고 돕기까지 한다. 바로 샐리는 할로윈 마을의 초자아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언제나 싱클레어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마음 속에서 힘을 실어주었던 데미안 처럼, 할로윈 마을과 잭을 바로잡기위해 고군분투했던 여성, 샐리. 마지막 남은 양심은 어두운 할로윈 마을을 밝히는 하나의 촛불로 남아, 꺼질 듯 꺼지지 않으며 잭의 마음을 붙잡았다.


우리 모두 마음 속의 초자아에 귀 기울일 때, 한층 양심적이고 살기좋은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해져버린 할로윈 마을을 바로잡은 샐리의 간절한 마음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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