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큘러스! 트라우마를 물리치는 마법의 주문
해리 포터, 현대인의 페리테일이 되다.
20년 전, 전세계의 아이들을 매료시킬 매직북이 나타났다. 바로 월셋방을 전전하며 까페에서 겨우 원고를 쓰던 싱글맘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를 출간한 것.
모든 동화들이 그렇듯, 해리포터 시리즈 역시 권선징악적 메세지를 담고 있다. 선한 히어로 해리포터와 악한 빌런 볼드모트와의 싸움. 그리고 위대한 조력자 알버스 덤블도어와 해리의 죽마고우 친구들까지. 이들이 보내는 메세지는 단 하나. 선은 악을 이긴다는 것이다.
해리 포터의 삶 역시 조앤 롤링만큼이나 스펙타클하다. 조실부모하여 이모네에 업둥이로 키워진 11년동안, 해리는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빗어도 빗어도 헝크러지는 머리카락, 그리고 그 사이로 드러나는 번개모양의 흉터, 사촌 두들리의 옷을 물려입어 낡고 꼬질하고 사이즈도 맹뚱하게 큰 옷 때문에 더욱 엉성해 보이는 몰골까지. 집에서도 구박당하고 학교에 가서도 괴롭힘을 당하는 불쌍한 우리의 주인공 해리 포터.
그의 삶은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초대장을 받은 날, 180도로 달라진다. 마법의 세계에서는 볼드모트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해리 포터의 귀환을 그 어느때보다 반긴다. 어딜가나 영웅 취급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호감을 보이니, 11년 왕따 인생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도 남을 기분좋은 변화를 만끽하는 그다.
그러나 유명세를 치르는 일은 참으로 혹독했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하도 사건 사고가 터지니, 조그만 일에도 불안하고 두려워져 의심병이 도지고 남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영웅으로서 세상의 중심은 나! 라는 식의 도끼병자(?)적인 면모 또한 조금씩 드러난다. 편집성 성격의 특징이다.
또한 만년 2인자 론은 해리의 유명세에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은 극복하고 잘 성장해 나간다. 완벽주의자 헤르미온느에게서는 강박적 성격을 엿볼 수 있겠다.
더불어 반사회적 성격을 가진 볼드모트와 피학성 성격을 지닌 위대한 덤블도어의 싸움 역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백미다.
해리 포터는 총 7편으로 구성된 대서사시로, 등장인물의 심리를 분석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양이므로 매거진 한 편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루핀 교수의 트라우마를 없애는 주문, 리디큘러스! 에 대한 것으로 축약한다.
리디큘러스! 트라우마를 없애는 주문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상처 하나 쯤은 품고 산다. 이것은 비단 감정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오작동하여 불편을 수반하기도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란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의 장면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비슷한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과 고통이 밀려온다. 남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지라도 말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역시 트라우마에 대하여 다룬 적이 있다. 바로 루핀 교수의 마법 수업에서다. 옷장 앞에 서서 문을 열면 평소 자신이 두려워하던 존재의 환영이 나타나는데, 이는 무의식에 깔린 트라우마와 같다. 이 때 마음을 가다듬고 마법 지팡이를 트라우마의 대상에 겨눈 뒤 <리디큘러스!>라고 외치면 트라우마는 단박에 우스꽝스러운 다른 것으로 변신한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불안하게하는 존재들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옷장 앞에서는 절대 감출 수 없는 트라우마의 형체. 론은 거미를 무서워 하고, 해리는 디멘터를, 루핀 교수는 보름달을.. 그리고 엉뚱 소년 네빌은 스네이프 교수를 무서워 한다.
마음 속의 불안과 마주하기
적과 싸우려면 일단 그의 앞에 서야한다. 회피하는 것 역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영원히 피해다닐수만은 없는 것. 회피는 근치에 불과하다. 완치를 위해서는 마음 속의 불안과 마주하고, 그것을 없애야 한다.
트라우마로 인한 환상이 실재하지 않는 것임을 명심하고 요동치는 심장을 가라 앉히자. 심호흡과 자기암시는 훌륭한 부자재가 된다. 치료는 빠를 수록 좋다. 믿을 만한 친구나 부모, 형제에게 털어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쉽지 않다. 트라우마를 없애려면 트라우마를 마주해야 하고, 그때마다 사고때와 같은 충격과 고통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늘이 무섭다고 찢어진 상처를 그대로 둘 순 없지않은가. 혼자서 끙끙 앓다보면 언젠가는 무뎌지기야 하겠지만, 다친 곳에는 엉망으로 새살이 돋아나 흉터로 남을 것이고 평생 동안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문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서 단 한 순간의 고통만 참아버리면, 상처는 있었는지도 모르게 아물어 마음속에서 역시 사라질 것이다. 의사에게는 합법적으로 마취제를 사용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상처의 고통을 경감시켜줄 수도 있으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갈 것.
오랫동안 나를 고통스럽게 해온 트라우마,
이제는 적폐 청산을 해야 할 때!
사실 트라우마는 별거다. 그러나 그 무서운 트라우마 역시 별 것도 아닌 것으로 포장할 수는 있다. 수년 간 네빌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스네이프 교수 또한 <리디큘러스!>라는 주문 한 방에 스네이프 할머니로 변신.
바로 이거다. 고통을 다른 것으로, 가능하면 재미있고 우스운 것으로 치환하기. 루핀 교수 또한 보름 달 보고 놀란 가슴을 이 주문들로 달랬을 것이다. 숨막히는 월요병, 지겨운 시험, 꼴도보기 싫은 친구나 애인, 불편한 직장 상사, 우울한 취업 걱정. 이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미래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될 일에 고착되어 즐거울 수 있는 하루를 망쳐버리지 말고 마음 속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쳐 보자.
리디큘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