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36 부라더

뼈대있는 가문의 뼈 있는 코미디, <부라더>

by 고요
차종손, 종손이 되기를 거부하다

안동의 뼈대있는 가문, 거산 이씨. 평소 느릿하고 점잖기로 소문난 이 양반 가문에 한바탕 돌풍이 불어 닥친다. 바로 종손 이춘배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이 때문에 얼떨결에 거산 이씨 가문의 차종손인 이석봉(마동석 분)의 부담은 배가된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으니, 이석봉은 종손이 될 생각이라곤 추호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르고 달래봐도 종손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석봉.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어딘가에 묻혀있을 유물들을 캐내어 장물로 팔아넘겨 한탕 챙겨 먹으려는 불순한 생각 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1억이라는 돈을 빌려 장비를 마련했지만, 아직까지 그렇다할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차종손 이석봉에게 종손 자리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게다가 일제 강점기 때 독립군들을 후원하기위해 금불상 한 쌍을 쾌척하려다 일본 순사들의 방해로, 어딘가에 금불상을 숨긴 채 유명을 달리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석봉은 언젠가 그 불상을 제 손으로 찾아 내고야 말겠다는 허황된 꿈에 사로잡혀 있다.


오로라같은 그녀, 낯선 여자에게서 사랑을 느끼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 앞에 1억 빚이 문제랴. 부랴 부랴 고향인 안동으로 돌아 온 이석봉은 마을께에서 앙숙인 동생 이주봉(이동휘 분)을 마주치게 된다. 그래도 형제랍시고 작은 차에 함께 몸을 구겨넣고는 집으로 향하는 부라더.


말보다는 손이 먼저나가는 형과, 입만 산 동생은 정말 안어울리는 한 쌍이다. 이 날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차 안에서도 아웅다웅 다투다 묘령의 여인을 차로 치고나서야 싸움을 멈춘다.


휘황찬란한 보라색 코트를 입고 반듯이 누워있는 여자. 주머니 안의 명함에는 오로라라는 이름 석자가 쓰여 있다. 부라더들은 여자를 차에 태우고 병원을 찾아 떠나지만 시골 한 가운데 병원이 있을리가 만무할 터. 이 와중에 다행히도 정신을 차린 여성. 그러나 교통사고의 여파 때문인지 어딘가 모자란 것 같은 여자를 바라보며 점점 무서워지는 두 사람.


그런데 이 여자, 어딘가 익숙하다. 예전부터 알아온 것 처럼 기억이 날 듯 말 듯. 두 형제는 이제 괜찮다고 차에서 내린 여자를 뒤로하고 종택으로 향한다.


너무 다른 두 명의 <부라더>가 자아내는 불협화음

사실 두 형제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서로 왕래 안 한 지도 수 년. 종갓집 며느리로 평생을 고생만하다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매정하게 굴었다는 이유로 아버지를 미워하게 된 두 형제는, 아버지가 죽고나서야 종택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안의 어른들은 두 형제를 패륜아 취급하며 혀를 차고, 두 형제 또한 어른들에게 예쁨받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는 듯.


고즈넉한 종택 안에서 유일하게 이질적인 면모를 풍기는 이석봉과 이주봉은 삼일장만 끝내놓고 서울로 튈 생각 뿐이다. 그러나 이들 눈 앞에 그 여자가 또 다시 등장한다.


그리고는 숨겨진 금불상 한 쌍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그것이 종택 어딘가에 묻혀 있다는 비밀을 알려준다. 석봉은 동료들을 불러 1억 들여 사온 장비를 드디어 개시해 본다.


한 편, 동생 주봉은 안동에 내려오기 전 회사에서 큰 실수를 저질러 해고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 주봉의 회사 대표는 실수를 만회하려면 안동을 가로질러 국도를 건설하려는 회사 프로젝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주민들의 동의서를 얻어오라고 명령한다.


이제 금불상이 묻혀있는 안동을 수호하려는 석봉과 제 자리 보존을 위해 안동에 기어코 국도를 내겠다는 주봉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거산 이씨 종택에는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형제는 용감했다. 석봉은 자신의 꿈을 위해 1억을 날렸고, 주봉은 자신의 일터를 위해 고향 땅을 팔아 넘겼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문제는 해결된다.


차갑고 냉정하게만 보였던 종손 아버지에 대한 오해도 풀리고, 평생 고생만 했지만 마음만은 어린 아이처럼 순수했던 어머니의 진심도 알게된 형제는 이 전의 불협화음을 걷어내고 서로 의기투합하여 제대로된 형제애를 보여준다.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거산 이씨 종택에 숨겨져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거기에서 두 형제는 무엇을 찾았는가 하는 문제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두 형제는 여기서 부모님의 청춘을, 부모님의 사랑을, 그리고 가족애와 형제애를 되찾았다. 그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했던 부와 명성까지 얻게 된다.


1억 짜리 장비로도 찾을 수 없었던 것. 그것을 되찾게 된 형제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수 년만에 안동으로 내려온 그 순간부터 그들의 인생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가지 문제에 접근하는 다양한 방법,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영화의 마지막 장. 부모님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네를 타는 형제의 모습.


그 곳에서도 서로의 성격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부와 명성을 쥐고 나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가겠다는 포스트 인디애나존스 이석봉과, 심심하기만한 안동 땅에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수익을 창출해보고자 열심히 잔머리를 굴려보는 이주봉. 이 둘 중 어느 누구가 옳고 그른 것인지 고를 수 있겠는가?


단지 이 둘은 다른 것일 뿐이다. 어느 누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똑같이 뼈대 깊은 가문에서 엄격한 교육을 받고, 제한적인 환경에서 자랐지만 한 명은 이상(Fantasy)을 꿈꾸고 다른 한 명을 이성(Reason)을 찾는다.


바로 개인의 방어기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생활 양식을 공유했더라 할지라도 석봉은 자신을 제한하려는 벽을 뛰어 넘어 이상의 세계로 도피하여 자신의 자아를 지키려고 했고, 주봉은 주어진 생활양식에 순응하여 모범생으로 거듭나 가문의 브레인이 되었다.


그러니 이 두 형제는 모두다 실로 용감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자아를 제한하고 긴장과 불안을 강요하는 종택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했기 때문이다.




영화 <부라더> : 유쾌하고 재미있다. 작은 오리를 큰 오리로 만드는, 그리고 머리를 안대고 바닥에 누울 수 있다는 신기방기한 개인기를 선사하는 마동석의 연기력과 시종일관 본전도 못건질 나불거림으로 구타를 유발한 이동휘의 연기가 잘 어우러 졌다. <부라더>의 헤로인 이하늬의 연기도 다채로웠다.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 멜로, 호러(?)를 오가며 자칫 뻔하디 뻔했을 스토리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종갓집 어른들의 체통 지키기 역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종갓집의 허례허식을 향하여 비판적인 앵글을 조준한 점도 흥미로웠다. 1년에 20여 차례 제사를 지내며 조상의 혼을 달래는 종갓집. 자기네 조상신을 모시는데 왜 외간 조상 피를 타고난 며느리가 평생을 희생해야되는지 모를 일이다. 극 중 석봉은 미련하게 홀로 제삿상을 차리느라 온 몸이 아픈 착한 어머니에게 요새는 전화만 하면 제삿상 다 차려준다고 버럭 화를 낸다. 아마 이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전국의 며느리 분들이 많을 듯.


아! 그리고 휴지를 챙기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주변 관객분들의 반응을 살펴보니,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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