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요 Apr 22. 2018

서머싯 몸, 달과 6펜스

6펜스어치의 괴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달은 저 너머의 이상을, 6펜스는 현실을 의미한다. 로맨틱한 소설의 제목처럼 이상에 이르는 길이 그렇게 꽃길으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이상은 돈으로는 살 수 없다. 그것도 주머니에 6펜스밖에 없다면 더더욱.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는 런던에서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불현듯 파리로 떠난다. 바로 화가가 되기 위해서다. 확실히 재능은 있지만 그 재능이 돈을 벌어다 주진 않은 탓에 가난에 시달리는 찰스. 그러나 그는 끝까지 그림그리는 일을 놓지 않는다.


그림을 그릴 때, 그는 흡사 야수와도 같다. 야성적이고도 본능적인 그의 천재성은 많은 여자들을 매료시킬 정도다. 그러나 이성적인 관계로부터 얻는 쾌락은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그의 집념 아래 무너지고 만다.


그는 그가 좋다는 여자들을 뒤로 하고 작업에 몰두한다. 물감과 종이를 살 돈을 벌기만 하면 오지로 들어가 한참을 그림만 그린다.


그러나 이상만으로는 살기 힘들다. 게다가 이상을 좇겠다는 가상함은 일말의 보상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달과 6펜스>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보라. 평생의 안정을 보장해주는 좋은 직업을 때려치고 예술혼을 불태운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의 손가락은 결국 나병으로 썩어 문드러졌지 않은가.


그럼에도 그는 행복을 느꼈다. 나병으로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불후의 역작을 완성해 내고야 말았다.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었을 지라도 자신의 마음이 충족되는 진정한 의미의 역작을 말이다.


그는 달을 얻기 위해 6펜스와 비교도 안되는 것들을 잃었다. 사랑과 육체, 그리고 부와 명성. 그러나 우리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동경하고 또 동정한다. 이상에 대한 그의 순수한 사랑은 처절해 보이기도 하고 처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칭송받는다.


범인에게 달은 고작 6펜스 따위에 망설이게 되는 이상적 존재이지만 천재들에게 달은 이를 수 밖에 없는 숙명이다. 비록 전재산을 잃게 되더라도 반드시 도달해야만 하는 그 곳. 바로 찰스 스트릭랜드가 이르렀던 그 숭고한 이상 그 이상.


<달과 6펜스>에서는 아무리 손을 뻗어도 도달할 수 없는 그 곳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은 그 곳에 도달한 사나이의 인생을 말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르만 헤세, 데미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