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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19. 2018

헤르만 헤세, 데미안

상반된 것들은 어떻게 완벽을 이루는가

데미안은 스승이자, 주인공인 싱클레어가 어둠의 세계로 빠지려 할 때 마다 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나침반이다.


싱클레어는 아버지의 세계로 대표되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사회의 쾌락 사이에서 끝없는 줄타기를 자행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반항은 오히려 순수함에 대한 열망이기도 하다. 다시는 찾을 수 없는 유년의 깨끗함에 대한 향수는 그가 타락할 때 마다 문득 떠오르며 그리움을 자아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유명한 새의 부화 과정을 다룬 대목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현재의 세계를 인정하는 단계가 필수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세계가 저 너머에 있다는 가정이나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새는 왜 알을 깨고 나오는가. 그것은 바깥세상에 대한 열망때문이다.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안의 세계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싱클레어가 아버지의 세계에서 탈피하여 사회로 나아간 것 처럼 말이다.


안과 밖, 명과 암, 선과 악 등 수 많은 상보적인 존재들은 서로의 존재 덕분에 실재할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상반된 존재가 하나의 세트를 이루며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가 되는 사례는 아주 많다. 선한 사람이 없이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혹은 밝음이 없이 어둠만 존재할 수 있을까.


이들은 서로의 존재와 대조를 이루며 각자의 특성을 십분 발휘한다. 바로 아브락사스라는 전설의 새가 서로 반대를 이루는 것들을 한데 모아 완벽을 이루게 만드는 것 처럼, 소설에서는 싱클레어의 성장과정을 조명하며 하나의 개인이 상반된 환경에서 어떻게 내면의 평화에 이르게 되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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