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파스 출판사>의 서평, 문제적 주인공들과의 조우
좀머 씨는 왜 땅만 보고 걸었을까?
햄릿은 위대한 복수를 감행한 왕자일까? 아니면 그냥 피해망상 환자일까?
소설 《좀머 씨 이야기》는 읽어 보지 못했어도 이름만큼은 익숙한 좀머 씨. 그가 강박성 성격 강박장애의 전형으로 꼽힌다는 사실을 아는가? 위대한 복수극의 주인공 ‘햄릿왕자’에게 편집성 성격이 다분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성격으로 살펴보면 햄릿은 어쩌면 ‘피해망상’에 시달려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지? 범죄를 저질러야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이한 운명의 예술가 역시 성격의 범주에서 살펴본다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문제적 주인공만 오세요, 소설 심리치료실》은 만인의 추천도서로 손꼽히는 명작소설 속 문제적 주인공들의 성격을 심리 분석한다. 소설 속 아름다운 문장에 담긴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에는 인물의 성격 요인이 숨어 있다. 이것을 살펴보며 인간의 성격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한 인물이 얼마나 다채로운 성격을 지니는지를 보여주는 스토리의 힘이 돋보이는 책이다. 명작 소설에 담긴 드라마틱한 인물의 삶은 심리학을 아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다가온다. 심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살펴보면서 전과 다른 해석의 재미가 있어 ‘소설을 읽는 색다른 방법’으로 더할 나위 없다.
또한 소설과 소설 속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과 당대의 문화를 함께 살펴보며 문학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엿듣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인간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명작소설의 힘과, 한 인간 고유의 성격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의 ‘아주 잘 어우러진 콜라보레이션’을 만끽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문제아, 악동, 사회부적응자, 트러블메이커! 그런데 이들이 주인공이라고?
우리나라에 북유럽 소설의 돌풍을 일으킨 《오베라는 남자》의 주인공 오베는 매일 아침 6시 15분에 일어나고 같은 양의 커피를 내리고 동네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찰한다. 문을 잠갔는지 반드시 세 번 확인하며 40년째 같은 차 브랜드 ‘사브’만 몬다. 그렇다, 주인공 ‘오베’에게서는 ‘강박장애강박성 성격’의 면모가 두루두루 나타난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도로의 횡단보도 선을 밟지 않으려고 건너뛰거나, 외출하기 전에 가스불을 제대로 잠갔는지, 겨울의 히터를 제대로 껐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명작 소설 속 주인공들의 성격을 분석하면서 이처럼 우리는 인간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쌓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부분을 납득할 수 있게 된다.
명작소설 중 문제적 캐릭터들만 모아 놓은 이 책은 심리학의 뿌리인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성격 유형으로 테마를 나누었다. ‘자기애성 성격, 편집성 성격, 우울성 성격, 분열성 성격, 해리성 성격, 히스테리적 성격, 반사회성 성격 등’의 유형으로 살피며 소설 속 주인공을 더욱 다채롭게 해석해볼 수 있게 된다.
심리학의 거울로 살펴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필수 교양도서로 추천받았던 《데미안》의 데미안도 분열성 성격으로 인간관계의 고립을 자처하며 내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부모의 희생정신으로만 보였던 《고리오 영감》 속 고리오 영감도 피학성 성격의 특징이 많이 발견되며, 그 성격으로 볼 때 자기학대의 면모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이처럼 성격에는 인간의 지문만큼이나 다양한 면이 있어, 새롭게 해석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런 측면을 보며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성격에 대한 단정’도 경계할 수 있고, 인간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