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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l 10. 2018

안목의 성장, 이내옥

선악미추를 관통하는 하나의 안목을 갖기 위하여

아름다운 것들을 평가하는 안목

박물관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 전시품들은 예술이라기보다는 역사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둡고 무겁고, 게다가 무섭기까지한 전리품까지도 박물관의 전시품으로 이름표를 달고서 관람객 앞에 선다.


나는 목판 앞에서, 불상 앞에서, 죄인을 다스렸다는 칼자루 앞에서 경외심을 느낀다. 하나같이 잘생기고 정교하며, 세밀하여 미추를 분별하기도 전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감탄을 내뱉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시대를 담은 것들이 어떻게 빚어져 세상밖으로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당신의 안목은 안녕하십니까

'안목'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견식이란다. 즉, 안목이라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냐 추한 것이냐를 가려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물이 가진 특성과 가치를 알아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내옥은 그의 저서 <안목의 성장>에서 크게  아름다움, 알아봄, 자연이라는 3개 장을 주축으로 짧은 에피소드들을 다루며 인생살이에 필요한 안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미적 안목과 감수성의 계발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34p. 아름다움을 보는 눈>

특히 식민지배, 한국전쟁, 물질만능주의 등으로 점철된 한국의 근현대사를 들어, 그 시대 한국인들이 미적인 감각과 안목을 길러낼 수 없었던 환경적 문제를 꼬집어 내는 대목에서 깊이 공감했다.


삭막하고 척박한 땅 위에서 어찌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으랴. 하지만 같은 사막 땅을 보고도 생텍쥐페리는 '샘'을 숨기고 있기에 사막은 아름답다고 표현하지 않았던가.


이내옥은 자신도 처음엔 절절한 감동 없이 박물관에서 일을 했었다고 고백하며, 남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보는 관점이 열리면서 안목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보석을 알아보는 눈이 없으니, 한낱 길에 나뒹구는 돌멩이에 불과하게 되었다.<95p. 알아본다는 것>

또한 자신이 문화를 바라보며 감동의 전율을 느낄 수 있을만큼 성장했던 부여에서의 경험을 들어 '알아보는' 안목의 중요성에 대해 밝힌다.


고도로 기술이 발달했던 백제 시대의 전시품을 감상하던 그는 어떻게 그 옛날 이렇게 훌륭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었는지 백제 문화 자체의 본질과 역량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단다.


그렇게 백제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에 빠져 도록 작업과 사진전, 프로모션 등 여러 이벤트를 구상했던 순간들을 되짚으며 끝내는 무산돼버린 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 눈 앞에 있다한들 그것을 알아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랴. 이내옥은 알아봄과 안목의 중요성을 여기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낸다. 보석을 못알아보는 이에게는 그것이 돌멩이나 마찬가지라는 뼈아픈 사실을 말이다.

안목, 시대를 분별하는 눈

이와 같이 안목은 앞선 나의 의문점과도 같은 방향으로 귀결된다. 시대의 작품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때 그것의 가치를 분별해 줄 시대의 눈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


거창하게 박물관에서 뿐만이 아니라 소소한 우리네 일상에서도 그 안목은 빛을 발한다. 어떤 사람을 지켜보거나 필요한 물건을 사고, 문학과 예술을 감상할 때 마저도 안목이 필요하다.


이내옥은 말한다. 세월은 흐르고, 안목은 자란다고. 그것은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나이먹어가며 자기만의 안목을 기르게 된다. 사물을 분별하는 자기만의 고집이 생기는 것이다. 자기만 옳다고 우기기만 하는 억지라기보다, 자기에게 좋고 나쁨을 가늠할 수 있는 고집은 인생살이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한 고집은 좋고 나쁜 다수의 경험에 의하여 길러지는 인생의 안목이다. 그리고 개개인의 안목은 시대를 나누는 구분자가 된다. 그래서 안목은 중요한 것이고, 안목의 성장은 더더욱 필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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