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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r 17. 2019

엘링 카게, 자기만의 침묵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기만을 위한 시간

호모 사일런스, 침묵하는 사람

<자기만의 침묵>의 저자 엘링 카게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변호사, 출판사 사장, 남극x북극x에베레스트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탐험가다.


책을 읽기도 전에 문득 궁금해졌다. 모자랄 것 없는 나이 50께의,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중년 남성이 과연 무엇을 위해 침묵을 한다는 것일까.


침묵이란, '줄이는 것', 혹은 '빼는(덜어내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 사회의 트렌드이기도 한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다.


문명에 길들여지고, 소음과 소비에 매몰된 사람들은 클릭만 하면 주어지는 답안지를 자신이 직접 쓴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현혹되어 억지로 둘러맨 굴레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이란 것인데, 침묵 역시 내 주위에 몰려드는 소음으로부터 차단된 채 내가 스스로 쓰는 답안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나서는 또 다시 궁금해진다. 미국의 팝가수 리한나의 다이아몬즈, 뭉크의 절규, 마크로스크의 그림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 산책, 그리고 극지 탐험에서조차 저자가 침묵을 찾으려 그리도 애쓰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엘링 카게는 침묵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정도는 알고 살아야 하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침묵을 통해 세상으로부터 차단되어 온전히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어진 답안지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침묵을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침묵이란 무엇인가

침묵은 결국 '나'에 이르기 위한 길이다. '나'를 알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또한 침묵은 생각하기 위한 전단계요, 생각은 해결책을 얻기위한 필수단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는 불안과 긴장을 해소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고, 변하지 않는 자연과 같은 평정심을 얻게되는 것이다.


침묵은 소음처럼 측정할 수 있는게 아니라, 개념이나 아이디어처럼 추상적인 것이다. 즉 찾으려하는, 이르고자 하는 사람만이 침묵을 경험할 수 있다.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고, 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적 요인을 통해 거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 대부분은 침묵보다는 소음을 택한다. 침묵은 대게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므로 타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부터 높은 확률로 외면받는 행위다.


이쯤되면, 침묵이란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특권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책을, '침묵'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자주 고독한 내면으로 침몰했던 사람들은,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하는 '이' 행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엘링 카게는 일상에서도 침묵을 찾는다. 그리고 이 책에 그 침묵의 서른가지 형태에 대해 써두었으니, 평소 내향적이고 생각에 자주 빠지는 사람들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침묵에 대한 오해들

왜인지 모르게 침묵은 우울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있다. 요즘처럼 손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소통을 빌미로한 소음들이 산재해 있는 시대에서는 '아웃사이더'스러운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기 쉽다.


'인사이더'를 넘어선 '핵인사이더'들의 시대에 호모 사일런스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침묵'을 둘러싼 오해에 대한 변명이 필수다.


먼저 침묵은 무음이 아니라, 단지 내가 아무 소리도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외부는 시끄러울 수도 있어 완전한 무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이란 머릿 속에 존재하는 추상적인 생각을 실체있는 행동으로 옮기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도록 나에게도 남에게도 일체의 '말'과 '소리'를 만들어 내지 않는 과정이다.


재차 언급하지만, 침묵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며,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것이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단순히 소음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써의 무음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까지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의 부제는 '소음의 시대와 조용한 행복'이다. vs가 아닌 and를 쓴 것을 보면, 소음과 침묵은 공존가능하고 병행가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소음이 많을수록 침묵의 가치와 필요성이 높아진다. 소음의 시대를 나기위해 진화를 거듭한 인간들이 호모 사일런스로 거듭나 조용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제목만큼이나 고요한 책이다. 간만에 마음이 차분해 진다.(급마무리)


52. 우리는 소음의 시대에 살고있다. 침묵은 멸종되었다.

137. 당신이 경험하는 침묵은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침묵과 다르다는 것을 명심하라.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침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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