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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un 26. 2016

까페 유목민

누군가로부터 잊혀질 자유

요새 까페에서 글을 쓴다. 까페는 미루고 미루었던 글들이 한 잔의 향기와 함께 마법처럼 완성되는 신기한 현상 -나만 경험한 게 아닐 것이다-이 일어나는 나의 mind palace다.


이 성스러운 곳에 단 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머무는 동안 까페 안의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잊혀지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들키지 않을 자유와 숨을 자유를 주창하며, 아주 조용한 그리고 그 어느 간섭이라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구석자리를 택한다.


저기, 아메리카노 뜨거운거 한 잔이요.


요구가 많아지면 기억에도 남는다.

이 도시에서 얼굴 없고 이름 없는 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극히 평균에 모든 것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몰개성을 참을 수 없고 자신의 기준을 죽어도 버릴 수 없겠다고 한다면?

대체안은 얼마든지 있다.


바로 매번 새로운 까페를 찾아 떠나는 까페 유목민이 되거나 같은 까페를 방문하는 횟수를 줄이는 것. 혹은 여유가 된다면 글을 쓰는 작업실을 만들어 작은 책상과 커피머신을 들여 놓는 것 등이 있겠다.


나는 첫번째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여기 저기 새로운 까페를 유랑하는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나는 무명 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그만큼의 자유를 산다.


*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면 나는 이방인이 된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다만 방치된 채로, 카페인에 의지한 각성 효과로 고도의 집중력과 날카롭고 예민한 감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글을 쓰느라 다른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있노라면,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가 외국어 처럼 들린다.


또렷하지 않고 불투명한 일상의 소음은 까페 음악에 덮이고, 웅성거림이 잠깐 변두리로 밀려난 사이 나는 흰 종이에 생각을 적어 내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생각은 색색의 옷을 입고 허영의 시장에 나선다.


*

이번에도 나는 인터넷이란 익명성에 몸을 숨기고 물건을 구경하러 온 인파 사이에 자연스레 뒤섞인다.


결국 꾹 눌러 삼킨, 넉살 좋지 못한 주인 탓에 글들은 기술 보다 상술을 먼저 배운다. 시기를 잘 타면, 화제성 높은 주제를 택하면, 운이 좋으면...

다 집어 치우고 쓰기에만 몰두하자.
애초에 글쓰기를 시작한 그 목적에 충실하여 집착과 욕심을 버린 청빈한 글만 쓰자.

심판은 내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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