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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r 29. 2017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19 보이드 갱

무대가 필요했던 그들의 잘못된 선택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었던 퇴역 군인 <보이드>. 그는 연기에 대한 꿈을 가슴속에 품은 채, 버스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전쟁으로인해 몸이 불편해진 승객을 도와주다가 잃어 버린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야 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바쳐 싸운 댓가로 누군가는 건강을 잃고 누군가는 꿈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막무가내로 운전 기사직을 그만두고 배우가 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배역을 찾아 떠난다. 그러나 제대로 연기를 배워보지도 않은 보이드에게 배역을 맡겨줄리 만무하다. 배우로서의 꿈이 좌절되자, 그는 스스로 자신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 보고자 한다. 바로 변장을 하고 은행 강도짓을 하는 것이다. 메이크업을 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지금까지와 다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것. 그는 은행을 터는 것으로 연기에 대한 꿈과 소망을 실현시킨다.


몇 번의 강도 경험으로 이제 원숙한 무대 매너(?)를 갖게 된 보이드는 자신의 퍼포먼스에 도취되어 점점 더 대범해져 간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는 결국 경찰에 포위 당하고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세상은 잘생긴 은행 강도에 열광한다. 보이드는 감옥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을 향해 한마디 강렬한 메세지를 날린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마을 사람들 눈에는 그저 안정된 직장을 가진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버지였던 보이드는 한 순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 이유로 이제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이번 일로 가족이 입은 피해는 아주 컸다. 아내는 직장을 잃고 아이들은 친구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 형편이 어려워져 보이드의 아버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보이드는 아버지에게 빚지기 싫다며 철없이 불만을 토로한다.


단지 좋아 하는 일이라 모든 삶을 걸기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가 있다는 점을 망각한 보이드에게 들이닥친 현실의 벽. 이런 그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드리워졌으니, 바로 참전 군인 출신의 레니와 함께 감옥을 탈출 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의외로 감옥을 벗어나는 것은 쉬웠다. 그들은 감옥을 탈출하여 자유를 만끽하다가, 보이드의 제안으로 은행 강도짓을 한 번 더 하기로 한다.


<보이드 갱>은 그렇게 은행을 털어 댄다. 이제 그를 추종하는 팬들이 생길 정도로 <스타>가 된 보이드. 그런 그와는 대조적으로 가족들은 불안에 빠진다. 작은 사이렌 소리에도 놀라고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경찰의 눈을 피하면서, 점점 두려움이 커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순수한 열정을 갖고 연극 배우를 꿈꿨던 청년은 이제 악명높은 은행털이범으로 경찰들의 표적이 되었다. 아내는 가난했지만 더욱 행복했던 예전을 그리워 한다. 돈이 많아져 대 저택을 산들, 범죄자가 된 보이드는 언제 사그라들지 모르는 거품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보이드는 결국 자신을 떠나려는 아내에게 이 모든 것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고 변명을 해 보지만, 그는 그것이 단지 자신의 무대에 대한 열망을 대변함과 동시에 일탈으로부터 오는  쾌락에 중독된 것이었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점점 더 좁혀져 오는 경찰의 포위망에 다시 검거된 <보이드 갱>.




그러나 그들은 다시 탈출을 감행하고, 이제 공권력과 언론이 네 명의 탈옥수들을 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취재하는 방송국의 국장은 그린씨인데, 그는 보이드가 연기를 배우고 싶어했던 아카데미의 대표자이기도 하다. 스타가 되어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고 싶어했던 연기자 지망생 <보이드>는 이제 악랄한 갱단의 리더로 전락하여 수배 방송의 주인공이 되었다.


결국 네명은 검거 된다. 그 중 살인을 저지른 두명은 교수형에 처해지고, 보이드는 14년 형을 언도받는다. 긴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서 아내를 찾아간 보이드는 재혼하여 행복하게 살고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잘못된 선택을 후회한다. 그리고 개명을 하고 터전을 옮겨 은행 강도가 되기 전의 직업과 같이 <버스 기사>로 살아 간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댓가는 결국 원점으로의 회귀였다. 버스 기사로 일하면서 장애인을 돌보고 봉사활동을 하며 시민상까지 수상한 보이드. 개명을 한 탓에 사람들은 그가 악명높은 보이드 갱이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착한 시민으로만 그를 기억할 뿐이다.


경찰 아버지와 배우를 꿈꾸는 아들 사이의 갈등

보이드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대부분의 정의롭고 의협심 강한 사람들이 그러하듯, 아버지 또한 보이드에게 바른 삶을 강요한다.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지 보다는 사회에서 정한 질서와 규칙을 따르며 올바르게 살 것을 명령한다. 둘 사이에는 신뢰가 없다. 마치 경찰과 수감자의 사이처럼 통제와 순종만이 되풀이되는 탓에 정상적으로 관계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엄격하고 혹독한 아버지와 감수성 예민한 아들 사이에는 대화가 없어진지 오래이며, 인간적인 교류 또한 중단되고 말았다. 입에 풀칠도 못할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 싫어하는 보이드의 심리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통제와 억압을 사용하여 아이를 양육했을 때의 부작용이 바로 이런 것이다. 아이는 최대한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느 순간 반항심이 되어 일탈을 감행한다. 억압받은 자신의 자아에 대한 보상심리로 양육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다.


무대가 필요한 그들, <보이드 갱>

경찰 아버지로부터 엄격히 통제 받았던 유년기, 그리고 전쟁에서 겪은 트라우마. 그리고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예전의 꿈을 되찾으려 하지만 그마저도 좌절되자 자신의 무대를 은행으로 삼고, 스스로에게 강도라는 역할을 부여하는 보이드.


도둑질을 하며 쾌감과 스릴을 느낀 보이드는 버스 기사일때는 느낄 수 없었던 성취감을 느낀다. 바르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비추어지지 않는 무대의 조명이 일탈과 비행을 저지르는 자신에게 드리워지자, 그는 과잉 충동에 휩싸인다. 결국 그릇된 충동은 윤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전쟁에서 부상당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승객, 전쟁에 젊음을 바친 댓가로 발목을 잃은 레니, 그리고 배우로서의 꿈을 잃어 버린 보이드 까지... 전쟁으로부터 무언가 하나씩 잃어버린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배척되어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안타까움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은 단지 무대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실감과는 별개로 비윤리적이고 무질서한 것들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해야 마땅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사회적 질서와 인간적인 감정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으며 잠시간의 혼란을 겪는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잘못된 것일까. 딜레마에 빠진 우리들에게 보이드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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