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항상 나 자신을 비춘다
매로우본 저택,
새로운 삶의 시작
한적한 시골의 변두리, 낡은 저택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저택으로 향하는 아이들과 어머니.
저택으로 들어선 어머니는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바닥에 선을 한 줄 긋고 그 선을 넘어 오면 과거는 모두 잊기로 하자고 아이들과 약속한다.
과거로부터 해방된 가족들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그 행복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한다.
어느 날, 병색이 완연한 어머니는 장남인 잭에게 유언을 남긴다. 바로 21살이 되기 전까지는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내면서 동생들과 떨어지지 않고 모두 함께 살아남으라는 것.
그리고 1만 파운드가 들어있는 상자의 위치도 알려주며, 정말 힘들 때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사망하자 잭, 빌리, 제인, 샘까지 4남매는 서로 의지하며 매로우본 저택에서 오랜 은신을 시작한다.
비극의 탄생
그러던 어느 날, 외부로부터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4남매 앞에 '앨리'라는 소녀가 등장한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상냥한 앨리는 단숨에 4남매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모두들 앨리를 좋아했지만 유독 잭은 앨리에게 애정을 쏟으며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그러나 행복한 4남매가 운명의 시샘을 산 것일까. 어느 오후,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아이들은 두려움에 떤다. 그토록 피하려고 했던 과거와 다시 한 번 조우하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크나큰 비밀을 떠안고 살아가게 된다.
매로우본 저택 안의 모든 거울은 돌려세워져 있거나, 천이 덧 씌워져 있다.
과연 아이들은 무엇이 그토록 두려운 것일까.
해리,
자아를 위한 방어기제
<더 시크릿 하우스>에 드러나 있는 심리적 방어기제는 바로 '해리'이다.
한 개인이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 트라우마를 갖게될 경우, 그 고통을 견디기 힘들어 방어기제를 발동시킨다.
해리는 고통을 온전히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 자아를 분열하여 그 고통을 분담하려는 것을 말한다.
이 때, 흔히들 알고 있는 다중인격 장애가 나타나거나 부분 기억상실 등 마음의 병이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곧 신체화되어 육체적인 고통까지 선사한다. 곧 마음과 정신은 육체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잭은 장남으로써 모친 상실, 아버지의 학대 등 모든 트라우마를 혼자 짊어지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세상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과의 동거가 시작된 것은.
첫 째 아이 컴플렉스,
첫 째도 어린 아이일 뿐이에요
아버지와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성까지 바꾸며 시골의 저택으로 이사 온 매로우본 가족들.
어머니는 이미 병을 얻었기에 자신이 얼마 못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책임을 장남인 잭에게 위임하려고 한다.
그러나 잭 역시, 남매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미성년자에 불과한 소년일 뿐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부담의 무게는 오롯이 첫 째 잭에게 쏠린다. 그러나 소년 잭은 그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고, 자신이 부족하다는 죄책감으로 '첫 째 아이 컴플렉스'에 시달리게 된다.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기보다는 억제하고 자제하며, 다른 형제들에게 양보하고 배려할 것을 강요받는 첫 째들.
그러는 사이, 첫 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좌절하며 열등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도 없어 극심한 애정결핍에 시달리며 마음에 멍이 들고 만다.
잭 역시 자신도 보호자가 필요한 소년임에도 불구하고 졸지에 세명의 동생들을 건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연히 동생들에게 엄격해지고,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들며 속박하게 되었다. 그러나 통제를 통해 안정을 찾기는 커녕, 내면의 불안은 점점 더 커져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악화된다.
그런 잭에게 앨리는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였다. 잭은 자신의 불안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자신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했던 '앨리'에게 SOS를 보낸다.
그리고 앨리는 그의 이야기가 전부 적혀진 일기장을 본 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그의 곁에 머물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잭의 어릴 적 추억을 함께한 남매들과도 영원히 함께 하기로...
마음의 병을 얻은 잭은 앨리의 도움으로 결국 안정을 되찾는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는 화장실 찬장에 즐비한 약통을 비추는데, 그것들은 단 한 알도 줄어들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잭에게 필요했던 것은 약보다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