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 18 공포영화특집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심리

by 고요
우리는 왜 공포 영화를 보는가

스탠딩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공포영화에도 미묘한 경계가 있고 그에 따라 마니아층도 세분화 된다.

오컬트 영화(유령 및 초자연적 현상), 스플래터 영화(살인과 범죄를 다루는 피튀기는 공포), 호러 영화(충격적인 공포와 전율을 다룸) 등 강도에 따라 극도의 불쾌감이나 역겨움까지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 내가 소개할 영화들은 악마가 튀어나와 사람 팔다리를 자르고 칼로 배를 쑤시고 하는 그런 B급 공포물은 아니다. 나름 우아한 공포가 스며든 고급 공포영화들로만 추려 보았다. 굳이 따지자면 오컬트 영화에 속하는 영화들이다.

오펀(천사의 비밀) vs 더 보이
인시디어스 1 & 2
어웨이크닝 vs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주요 키워드는 영매, 어린이, 집 정도 되겠다. 우리나라는 터주신을 모실 정도로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화장실 따로 부엌 따로 안방 따로 각각의 신이 있어 집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보통 한국 공포영화에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장소가 집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양 사람치고 어렸을 적 지하실에 대한 트라우마 하나 없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나무로 된 울타리 하나 세워놓고 이웃집 주민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우리네 정겨운 집과는 달리, 그들에게 집은 가장 작은 사회 단위이자 외부와 단절된 개개의 왕국이다. 부의 척도를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며 은근한 과시욕을 거리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허영과 사치의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무섭고 음산하다. 몇대째 내려온 가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액자와 물건들을 보면 누군가의 혼이 깃들지 않을 수가 없을것도 같고... 그래서인지 서양 공포물에서는 집이 가장 좋은 미장센이 된다.



1. 유년시절에 멈춰버린 시계, 오펀(천사의 비밀) vs 더 보이

오펀 vs 더보이


자기의 선택에 의해서 혹은 타인의 강요에 의해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숨길 수록 그 비밀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돼 있다.

■ 오펀(천사의 비밀), 자움 콜렛 세라 감독
고아 에스터가 입양 온 집에 의문스러운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새엄마는 에스터의 성경책 사이에서 이상한 사진을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러나 걷잡을 수 없이 나쁜 일이 터지고, 뭔가 잘못돼가고 있음을 직감한 새엄마는 이제 하나 남은 유일한 핏줄, 딸 맥스를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 더보이, 윌리엄 브렌트 벨 감독
폭력 남친을 피해, 유모 아르바이트를 하러 영국까지 날아온 여 주인공. 노부부의 집에 도착하여 자신이 돌보아야 할 아이와 마주하는데, 놀랍게도 바로 사람처럼 생긴 인형이다. 그를 브람스로 소개한 노부부는 긴 여행을 떠난다며 몇가지 수칙을 적어주고, 여 주인공에게 아들을 잘 돌봐주라고 말한다. 여자는 처음엔 코웃음을 치며 브람스를 방치한 채 자유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하지만, 인형이 스스로 움직이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자신의 옷과 목걸이를 감추는 등 이상 현상이 일어나자 노부부가 적어준 수칙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폭력 남친이 여주인공이 머무는 노부부의 집으로 쳐들어와 그녀가 위험에 처하자 집 안의 누군가가 나타나 잔인하게 폭력 남친을 응징한다. 집 안에 숨겨져 있는 비밀 통로. 그리고 그 안에서 만난 또다른 소년.



2. 영매를 통한 문제 해결, 인시디어스 1 & 2

인시디어스 1 &2


우리나라에 무당이 있다면, 서양에는 영매가 있다. 그들은 보통 사람은 느낄 수 없는 존재를 느끼고 악한 영을 퇴치하여 산 사람의 고통을 덜어준다. 제임스 완 감독 특유의 아름다운 미장센과 섬세한 감정선이 어우러져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예술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 인시디어스1, 제임스 완 감독
세 자녀와 젊은 부부가 새로 이사온 집에 짐을 푼다. 그러나 집 안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고, 가족 외의 누군가의 기척과 시선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다락방에 올라갔던 달튼(첫째 아이)이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의사도 이유를 모르는 병.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아들이 걱정된 엄마는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영매를 집으로 불러 들인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 바로 남편에게 숨겨진 커다란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영매는 달튼이 몸이 아픈게 아니라, 달튼의 영혼이 유체이탈을 했다가 너무 멀리 가버려서 돌아오는 길을 잃은 것이라 말하며, 남편에게 어둠의 세계로 가 달튼을 찾아오라고 한다.

■ 인시디어스2, 제임스 완 감독
전편만한 속편은 없다는데, 인시디어스 2는 더 탄탄하고 더 무섭다! 두 편을 연달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편에 이어, 부부의 이야기가 계속된다. 달튼이 무사히 돌아오고나서 행복한 삶이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들. 그러나 집안 곳곳에서 유령이 출몰하고 급기야 실제로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기에 이른다. 이번엔 달튼이 어둠의 세계로 가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누군가를 찾아 현실 세계로 데려오려고 하는데, 순탄치만은 않은 여정에 현실 세계에 있는 가족들은 극한의 공포에 떨게 된다. 모든 방해 공작을 피해 달튼이 어둠속에서 데려온 사람은 바로!!!



3. 어릴 적 기억이 나를 부른다, 어웨이크닝 vs 오퍼나지(비밀의 계단)

어웨이크닝 vs 오퍼나지


과거에 매듭을 짓지 못한 기억이 현재의 나를 과거로 부른다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들이 자신의 한을 풀어 달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시할수록 현재의 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마주하기 싫어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과거의 진실.

■ 어웨이크닝, 닉 머피 감독
퇴마사 플로렌스는 유령이니 영혼이니 하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어느 날, 유령을 퇴치하는 일로 꽤 유명해진 그녀에게 한 사립학교의 유령 퇴치 의뢰 건이 들어오고, 플로렌스는 용감히 학교로 찾아간다. 그리고 유령을 믿지 않던 그녀는 서서히 제 3의 존재에 대해 인지하게 되고, 누가 자신을 이 학교로 불렀는지, 그리고 자신이 꼭 만나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 알게된다.

■ 오퍼나지,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길예르모 델 토로 제작)
한 부부와 어린 아들이 대 저택으로 이사온다. 대 저택은 바로 여주인공 로라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고아원을 개조한 것. 나름 성공한 그녀는 자신처럼 오갈데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함께 살 목적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아들 시몬에게도 곧 다른 친구들이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꿈을 말하는 엄마 로라. 몸이 안좋은 아들 시몬은 이미 친구들이 집안에 있다는 이상한 말을 하며 화색을 띈다. 그러다 그 친구들이 자신이 입양된 것이고 죽을 병에 걸렸다고 말해주었다며 침울해 한다. 시몬의 기분을 풀어주기위해 엄마는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지만, 바로 그 날 시몬이 실종되고 로라는 큰 슬픔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시몬이 말했던 집 안의 친구들의 존재에 대해 떠올리고, 로라의 유년 시절, 잊고 있었던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나게 된다. 로라가 마주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내용과는 상관없이 제가 좋아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밤 버전이라 무섭지 않나요?)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보는 이유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은 죽음, 영혼, 초자연적 현상, 괴물, 폭력성 등등 원시적 공포와 두려움을 다루고 있다. 공포영화는 우리의 무의식 저변에 깔려있는 불안과 긴장을 콕콕 찌른다. 동시에 우리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바로 보게 만든다. 우리는 스크린 너머로 무서운 존재들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하고, 그것들이 사라질 때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마치 해리 포터가 <리디큘러스!>라는 주문을 사용하여 자신이 두려워 했던 존재를 우스꽝스러운 모양으로 바꾸어 공포심을 제거하는 것 처럼, 공포 영화는 우리가 무서워 하는 것들이 사실은 실체 없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 시켜주는 훌륭한 장치가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공포 영화를 통해 감정의 정화 작용을 겪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공포를 느끼는 기준점이 다르므로 누군가에게는 쾌감을 주는 영화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을 전달하기도 한다.


내면의 공포와 두려움을 바로 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영화의 말미에 찾아올 카타르시스를 기다리며 우리는 공포 영화를 본다. 심리적으로는 이렇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무더운 여름 날 공포 영화가 끌리는 과학적인 근거 또한 있단다. 공포 영화를 시청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다 보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내리려고 땀을 배출하게 된다. 이렇게 배출된 땀은 실제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결과적으로 공포 영화 시청 후 등골이 서늘해 지는 4D 효과를 주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연유로 우리는 공포 영화를 본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하여. 그리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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