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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Mar 31. 2017

심리학으로 읽는 영화 이야기 #19 치코와 리타

음악과 청춘, 사랑의 이야기

이 영화는 천재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치코와 클럽에서 노래하는 가수 리타의 사랑 이야기이다.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재능있는 두 남녀는 어느 날 클럽에서 만나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음악적으로도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러나 둘은 잦은 다툼과 이별을 반복하며 순탄치 않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러다 당차고 재능있는 리타는 하바나가 좁게 느껴지고 화려한 도시 뉴욕으로 기회를 얻어 떠나게 된다.

연인으로서는 사랑하지만 음악가로서는 질투를 느낀 나머지 치코는 그녀를 응원해주지는 못했으나, 리타는 뉴욕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리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찾아간 치코는 화려한 무대위의 리타와는 달리 클럽의 작은 무대만을 전전하게 된다.

그러다 운명처럼 다시 재회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만나기로 약속한 날, 치코는 마약상으로 오해를 받아 불시에 추방당하게 되고 리타는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수십년이 흐르고 각자의 삶에 지쳐갈 때 쯤, 예전에도 그랬듯 치코는 리타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나이든 얼굴로 그를 맞이해주는 리타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 내린다.

천재적 음악가들의 사랑, 질투, 오해, 운명 그리고 인연. 이 모든 감정들이 쿠바니안 재즈와 함께 물밀듯이 밀려나오는 영화.


인연은 끈질기다.
될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진다.


사람은 늙고 초라해지더라도 사랑했던 기억은 드라마틱하게도 그들을 청춘 끝자락으로 끌어다 놓는다.

사랑은 인생의 전부이면서도 전부는 아니다. 청춘도 사랑도 영원한 것은 아니다. 물론 부나 재능도 언젠가는 그 빛이 바래버린다.

그러나 진심은 영원하다. 시기와 질투로 얼룩진 치코의 진심은 결국 리타를 사랑한다는 것.



사랑과 감기는 감출수 없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고 화려했던 젊음이 자취를 감출때 쯤, 사랑을 찾아 다시 한 번 먼길을 떠나는 치코.

노인이 된 그들은 야망도 열정도 사라진 채, 다만 열렬히 사랑했던, 그들이 가장 젊고 아름다웠을 때의 기억을 통해 서로를 바라본다.

잔주름과 검버섯이 핀 나이든 얼굴에, 그래도 화색이 돈다. 그야말로 영화같은 스토리에 재즈 선율이 겹쳐 흐르는 사랑과 음악이 가득한 애니메이션이다.

특히나 치코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리타가 베사메 무초를 부르는 장면은 젊음과 사랑, 열정이 응축된 명장면이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아프리카 전통 리듬을 대중음악으로 가져와 쿠바 재즈를 확립한 쿠바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베보 발데스(Bebo Valdés)의 사랑이야기, 즉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영국과 스페인의 합작 뮤직 애니메이션.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눈과 귀가 제대로 호강하는 영화다.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자아를 사랑하는 것 vs 타인을 사랑하는 것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 나머지,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기애(나르시시즘)의 시초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 보다 우선한다. 자기애가 크다는 것은 결국 자아 중심적이라는 이야기다.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욕망에만 집중하므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이기적이다.


또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연중에 타인을 무시하면서도, 타인의 인정과 애정을 갈구하기도 한다. 자존심이 강해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므로 열등감이 심하다. 자신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타인이 자신보다 우월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못견뎌 하는 경향이 있어 시기와 질투가 심하다.


이러한 특성은 <치코와 리타>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치코는 리타를 사랑하면서도 리타가 가수로서 승승장구하자 질투를 느끼고 점점 멀어진다. 자신 또한 음악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 자신의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한데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리타의 사랑을 얻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임을 깨닫고 다시 그녀에게로 돌아가려고 한다. 자아를 향한 사랑이 타인에게로 그 위치를 옮겨가는 순간이다.


자기애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이기고 지는 관계 뿐만 아니라 상생하는 관계도 있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단점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자신의 단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성찰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 허황된 자기(Self)를 꾸미는 것이 아니라 조금 모자라더라도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 완전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야 말로 건전한 자아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나서 자기가 받은 사랑을 타인에게 베풀 수 있게 될 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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