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 하나. 장님의 식사, 피카소

피카소의 캔버스 위에 그려진 사람, 사람, 그리고 사람들.

by 고요
pablo-picasso-breakfast-of-a-blind-man-1353294176_b.jpg?type=w966


몸에 한세상 떠넣어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
이 세상 모든 찬밥에 붙은 더운 목숨이여
이 세상에서 혼자 밥 먹는 자들
풀어진 뒷머리를 보라
파고다 공원 뒤편 순댓집에서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거룩한 식사, 황지우 中》


빛은 필요치 않다. 다만 손 끝의 감각만이 필요할 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암흑과 불편속에도 소박한 식사 한 끼는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 준다.

움푹 팬 눈두덩이, 앞으로 굽은 어깨, 그리고 손질하기 쉽도록 짧게 깎은 머리. 그에겐 일상인 이 모든 것들이 남에겐 생소한 감상거리가 된다.


*
한눈에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보기 어렵다. 보통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하면 추상과 파격, 과감한 색채와 생동감 넘치는 질감을 떠올릴 것이다. 고상하게 말해 이렇다는 것이고 그냥 우리네 말로 하자면 눈 붙어있을 데에 코 붙어 있고 코 붙어있을 자리에 입이 있는 이상스런 그림, 그게 바로 널리 알려진 피카소의 작품이다.


4f0f757dec23a.jpg?type=w966


마치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떠오르는 배경 앞에 자리한 피카소의 연인, 자클린 로크(Jacqueline Roque).


69838244b1e5fc7d1f3dcef3b5853c73.jpg?type=w966


그리고 피카소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었던 마리 테레즈 발터(Marie Therese Walter). 피카소가 죽었을때 크게 상심하여 뒤이어 따라 자살한 그녀.


57ec2fc9862f33fa1945ec8bb0d25d8024b6a20a2277a205ad12fa993c6f8760.jpg?type=w966


그리고 그 유명한 게르니카.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의 폭격을 그린 작품으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과 그리고 고통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그가 사랑한 조국 스페인에 대한 나름의 위로였다.

*
피카소는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림을 그렸다. 출중한 재능으로 14세때 미술학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추상화로 널리 알려진 그는 사실 섬세한 데생 실력으로도 유명하다.

천재. 그리고 그를 우러러 보는 범인들. 괴이하고 파격적인 그림이지만 그가 시작하기 전엔 아무도 방법을 몰랐던 것들. 천재는 화풍을 창조하고 범인들은 그를 모방한다.

대나깨나 특이하고 괴상하게만 그린다고 명작이 되는게 아니다. 만번이 넘는 데생. 기본기에 천재성이 더해져 피카소의 화풍이 완성된 것이지.

가끔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어린 애 수준이라며 왜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밑바탕에 깔린 실력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그 인고의 시간은 깡그리 무시하고, 제일 쉬운 '말'으로 감상의 댓가를 전하는 것은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신박한 방법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있는 법.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의 작품에는 인생이 실려 있다. 누구나가 겪어봤을 법한 평범한 삶이 때로는 만인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둔갑한다.


바로 저 장님의 식사처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