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하고 그림도 보고. 최내경의 명화, 명소 견문록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
부제: 화가들의 삶의 자취를 따라 떠나는 프랑스 미술 여행
1. 책 이야기
■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ur-Oise)
제목처럼, 이 여행기는 고흐가 단 70일 간 머물렀던 오베르 쉬즈 우아즈의 라부 여인숙(Auberge de Ravoux)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된다. 그리고 오베르의 교회, 라부여인숙, 오베르 시청 등 고흐의 작품에도 등장한 바 있는 장소들을 거쳐,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으로 이어지는 루트. 그들의 무덤앞에 펼쳐진 밀밭이 그 유명한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그 곳이다.
고흐는 밀밭에 난 여러 갈래길 중 어느 곳을 택했을까?
총소리라도 들은 듯 퍼덕이며 날아가는 까마귀 떼와 광활한 밀밭, 그리고 그 위에 얹어져 있는 듯한 고흐표 파란 하늘.
드가, 로트렉, 고흐, 그들이 사랑했던 압생트를 주제로한 박물관을 거쳐, 도비니 미술관까지 들르면 고흐가 살았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 투어는 끝.
■ 바르비종(Barbizon)
이어 밀레의 아틀리에가 있는 바르비종, 그는 우연한 계기로 이곳은 밀레가 파리의 콜레라를 피해 흘러들어온 곳으로,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한 탓에 예술가들이 몰려들어 '예술가 부락'이라고도 불리웠던 간여인숙(Auberge Ganne)에 머물게 되었다 - 지금은 바르비종파 미술관이 되었다.
이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루소의 아틀리에가 있으며, 밀레와 루소는 가까이 지내며 미술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다.
■ 클로 뤼세(Clos Luce)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년을 보낸 클로 뤼세. 앙부아즈 성에서 빅토르 위고 거리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클로 뤼세 성이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3년 간 이곳에 머무르며 화가이자 공학자, 건축가로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지베르니(Giverny)
이번엔 클로드 모네의 말년을 함께한 지베르니다.
98p. 에밀졸라, "기차역에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오늘날의 미술이 깃들어 있다. 우리 시대 화가들은 그들 아버지들이 숲이나 강에서 찾았던 시정을 기차역에서 찾아야 한다."
모네는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특히 물의 움직임을 화폭에 담은 것으로 유명한데, <수련> 연작을 비롯해 하늘, 강, 바닷물, 꽃 등 물에 비친 사물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그의 집에서 10분 거리에 지어진 지베르니 인상주의 미술관에서는 인상주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모네에게 큰 영감을 준 벨일 섬의 해안으로 가면 모네가 극찬해 마지 않았던 원시적이고도 태고적의 쓸쓸함을 지닌 코통 항의 피라미드를 볼 수 있다.
■ 니스(Nice)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 도시, 지중해의 찬란한 자연을 화가들은 강렬한 색채로 담아냈다. 이곳에 머물렀던 화가들이 사랑했던 일명 '영국인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 장글레를 따라 한가로이 거닐면, 당대 화가들과 잠시라도 같은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
샤갈 미술관, 마티스 미술관, 니스 근ㆍ현대 미술관 등 좋은 그림을 볼 수 있는 문화 공간도 많다. 북적이는 파리로부터 벗어나 나른한 안식을 누릴 수 있는 남쪽의 니스. 미술관 옆 까페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 아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은 어떨 지.
■ 방스(Vence)
앙리 마티스가 말년을 보내고 싶어했던, 그리고 샤갈, 미로나 자코메티 등 많은 화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마그재단이 있는 생 폴 드 방스(Sain-Paul de Vence).
마티스 최고의 걸작, 로자리오 예배당으로 가 보자.
예배당으로 흘러들어오는 햇살과, 푸른색, 노란색, 초록색 등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어우러져 사람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든다. 예배당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현대미술작품 유수를 보유한 마그재단이 있다. 미로, 자코메티, 마티스, 보나르, 브라크, 칸딘스키, 레제, 칼더 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 카뉴쉬르 메르(Cagnes-sur-Mer)
르누아르의 마지막 12년을 함께한 카뉴쉬르메르의 별장, 이제는 르누아르 미술관이 되어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콜레트 농가>, <물랭드라갈레트 무도회>, <선상 위에서의 점심식사> 등 빛과 색채의 아름다움으로 일상의 기쁨을 표현해낸 화가, 푸르네즈 레스토랑에서 그의 그림을 느껴보자.
■ 앙티브(Antibes)
1928년부터 고고학 박물관으로 사용되던 그리말디성(Chateau Grimaldi)에 위치한 피카소 박물관.
모네 또한 이곳에 수개월 간 머물며 여러 작품을 남겼다.
러시아 출신의 추상화가였던 니콜라 드 스타엘도 앙티브의 아름다움에 매료됐었다.
이렇게 여러 화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앙티브. 그러나 피카소의 경우는 반대였다. 그리말디 박물관장 도르 드 라 수세르는 박물관에 그림을 기증해달라고 피카소를 찾아갔다가, 아예 성의 일부를 그의 아틀리에로 제공하겠다고 제안을 했고, 피카소는 흔쾌히 수락했던 것.
1943년부터 1953년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피카소 내외는 이 곳에 머물렀고, 피카소는 파격적인 질료를 사용하여 창작열을 불태운다.
후에 그의 아틀리에는 피카소 박물관으로 명명되어,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이자 배움과 참여의 장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그라스(Grasse)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떠오르는 그라스. 라벤더, 장미, 재스민, 미모사... 색색의 꽃이 흐드러지게 핀 알록달록한 언덕과 바람 부는 대로 흩날리는 꽃잎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름다운 향기.
아이러니하게도 그라스는 16세기 말부터 사치품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가죽제품을 제작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지로 수출하게 되면서, 동물 가죽의 악취를 지우기 위해 향수산업이 부대산업으로 같이 발전하게 된 케이스였단다.
지금은 프랑스 향수 제조의 중심지가 된 그라스에는 로제 향수 박물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향수 박물관 등이 있어 '향수의 제국'으로써 그 역할을 다 하고 있다.
■ 파리(Paris)
파리는 문화와 예술의 성지이다. 파리를 가면 '파리 박물관 패스 카드(Paris Museum Pass)'를 끊으시라. 파리와 그 주변지역의 60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횟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이다. *참고: http://parismuseumpass.co.kr/presentation/
루브르 박물관, 죄드폼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센터, 피카소 미술관, 달리 미술관, 몽마르트 미술관... 더이상의 말이 필요없는 사랑스러운 도시, 파리. 소매치기와 열쇠고리 강매, 길거리에 널린 개똥은 잠시 잊어두고, 그림에 취해보자.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숨고르기, 쉬어가기
이 페이지에 이루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고, 국가 차원에서 문화 민주화가 잘 이루어 지고 있는 프랑스.
미술과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고상한 것, 사치스러운 것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딱딱한 삶을 더욱 부드럽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윤활제로서, 특히나 청소년들에게 장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감각과 감성' 또한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럽다. 사회적으로 미학이 존중 받을 수 있는 풍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신의 화풍으로 담아내기위해 고뇌하고 온 인생을 바친 천재화가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시민들.
이런 3박자가 고루 갖추어져 남다른 창의성과 예술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밥벌어 먹기 힘들다고 공무원 시험이나 보라고 청춘의 꿈을 깨는 일은 없어야 한다.
아쉬운 점은 책의 말미로 갈 수록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여행 정보에 가까운 내용이 주를 이뤘다는 점. 고흐, 모네, 르누아르 등 화가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전반부가 훨씬 매력이 있었다.
이상이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에 소개된 내용의 대략적인 요약이다. 페이지마다 유수의 작품이 인쇄되어 꼭 박물관을 둘러보는 느낌이 난다. 지은이 최내경의 감성과 지식이 아주 쉽고 재밌게 풀어져 있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 모두에게 꼭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