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
호수와 만나고 왔다.
나는 뭐든 끝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편이기에 어쩌면, 호수와는 더는 친구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었다. 왜냐하면, 호수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한 번 보기로 했고, 날짜 약속을 잡은 뒤 3일이나 답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호수랑 만나기로 한 전 날에 혹시나 해서 확인문자를 넣었지만 만나기 한 시간 반 전 답장이 오기도 했고, 카톡에서의 호수의 말투와 행동은 변함없었으나 호수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떨어져 있었던 내가 그 시간을 심히 불안해하며 보냈기에 마지막이어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고 나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
호수는 만나자마자 손을 모으고 비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뭐 이야기도 잘 끝났다. 내가 예상했던 그런 일은 없었고, 연신 미안하다고 말해주는 그가 고맙고 안쓰러웠다. 잠시나마 내가 호수를 손톱만큼도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사라졌고, 그에 대한 신뢰도 회복했다. 호수는 호수였고, 우리는 우리였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히려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고나 할까.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나도 그렇게 잘한 건 없는 입장이라 나도 오랜만에 내 얘기를 했다. 요즘 배우고 있는 거나, 요새 하고 싶은 것 같은 것들 말이다. 나로서는 이걸로 퉁치자와 같은 뉘앙스의 악수를 건넨 셈인데 호수가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다.
끝을 생각하는 성격. 친구와 사이가 조금 안 좋으면 물론 해결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이게 우리의 끝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다시는 이 사람을 못 볼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한 마디 한마디를 내뱉는다. 이런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온 거길래 최악으로 치닫는 결말을 항상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사는 것일까.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나는 호수와의 끝을 몇 번이나 생각했다. 당연히 결코 원하지 않는 결말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나를 조금 덜 다치게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괜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어떤 나쁜 일이 생겨도 침착할 수 있도록 나를 보호하는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쁜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나를 지킨 건 결국 상대방이었고 나는 그들에게 안온한 하루를 빚졌다. 갚으면서 살아가야지. 최악을 생각하면서도 그들을 위한 최선만을 향해 살아가야지. 최악이든 최선이든 함께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