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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희 Mar 03. 2022

그녀의 버킷리스트

- love poem

 그녀를 알게 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내가 병원에 입사하기 전부터 그녀가 있었으니 그녀가 보호 병동에 입원한 지는 더 오래됐을 것이다.    그녀는 내 첫 면담 환자였다.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담당 주치의의 의뢰를 받아 사회복지사와 면담을 진행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병원에 입원하게 되기까지 과거 삶과 현재의 주된 호소, 앞으로 입원생활에 대해 깊이 있게 면담한다. 정신과적 어려움으로 입원한 환자들을 면담할 때 꼭 질문해야 하는 사항이 있다.

그것은 자살사고 및 시도와 관련된 것이다. 죽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구체적인지, 더 나아가서 시도한 적이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 환자를 면담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질문이다. 하지만 단조롭게 주저 없이 해야 했다.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아마 언젠가 자살할 거예요. 제가 원할 때, 원하는 방법으로, 원하는 곳에서 죽고 싶어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예요.”


 그녀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는 듯이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군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군요.”라고 대답하며 면담을 이어갔다. 면담을 마친 그녀가 “오늘 면담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면담실을 나섰다.


 입사하고 첫 면담이라 긴장도 되었고, 면담의 내용을 정리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녀는 어떻게 자살이 버킷리스트가 된 것일까? 자살은 개인 선택의 문제인 것일까? 자신이 자신을 해치는 것은 정당할 수 있는 것일까?   자살과 죽음에 대한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머리가 지끈 아팠다.


 어느 날 몸이 좋지 않아 병가를 낸 적이 있었다. 다음날 출근하니 그녀가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선생님 괜찮아요? 걱정했어요. 선생님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어요.”


그녀의 말을 듣고 왠지 모르게 목구멍이 뜨거웠다. 아이러니했다. 자살이 버킷리스트인 그녀가 나의 아픔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당신이 그러길 바라요.”


그녀는 희미하게 옅은 미소를 지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개방 병동으로 전동 했다. 오랜 입원 생활로 무료해져 치료환경의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많은 안정을 찾았지만, 삶에 대한 생각은 여전히 확고해 보였다.


그녀를 떠올리면 아이유가 부른 ‘love poem’이란 곡의 가사가 생각난다.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그녀가 나를 위해 기도한 것처럼, 나도 그녀가 잘살기를 기도한다고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그녀의 마음에 내 마음이 닿기를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그녀의 삶을 묵묵히 응원한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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