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애정은 살금살금 다가온다

by 고요정

애정은 언제나 소리 없이, 살금살금 우리 삶에 들어옵니다.

문턱 끝에 올라선 기척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 나는 늘 그 순간을 놓칩니다.

아직 마음의 바람을 읽어내는 감각이 다 자라지 않은 탓이겠지요.


어둠 속에 있을 때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고,

그 사람을 잃는 일은 평생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내가 떠나온 고향은 태평양을 건너야 닿는 곳,

그리고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은 대서양과 맞닿은 플로리다.

멀리 떠나왔어도 고향 흙냄새만은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한국을 오가며 친척과 친구들을 만난다지만

내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버티고 살아내는 일상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러 떠나는 것보다

지금의 삶이 이미 ‘휴가 같은 시간’이 되어준 사람들 덕분입니다.


매일 빨래바구니를 들고 집 안을 오가게 만드는 나의 사람들,

현관에 흩어진 신발 몇 켤레가 집에 온기를 더해주고,

부엌 바닥에 길게 누운 강아지 꼬리를 밟지 않으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순간마다

‘사람 사는 집’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누가 강아지를 더 좋아하는지, 질투 아닌 질투로 벌어지는 작은 몸싸움,

일터에서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길을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건

집 안을 가득 채운 이 소중한 존재들 때문입니다.


온 집 안에 강아지 털이 날리면 어떻습니까.

그 늦둥이가 주는 맑은 애정은 사람보다 투명하게 나를 위로해 줍니다.

그렇게 애정은 사랑이 되고, 회복이 되고, 정겨움이 됩니다.

울고 웃는 시간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레 자라나는 마음이지요.


이 글은

내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소중한 나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있어 지금의 내가 조금 더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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