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곁을 지키는 존재가 건네는 위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들었던 그 유명한 말을, 나는 오늘 내 강아지 심바를 보며 다시 떠올린다.
플로리다의 나른한 오후, 심바는 내 발치에 턱을 괴고 엎드려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까만 눈동자에는 아무런 계산도, 비판도 없다. 그저 '당신이 거기 있어서 좋아요'라는 순도 100%의 신뢰만 담겨 있을 뿐.
나의 까칠한 뮤즈가 심바를 빤히 바라보며 묻는다.
"이 강아지는 하루 종일 너만 보고 있네. 너한테 바라는 것도 없으면서. 인간 세상의 사랑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았잖아?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나를 알아주지 않으면 토라지고,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뮤즈의 말대로다.
나는 그동안 인간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가. 사랑받기 위해 나를 포장하고, 거절당할까 봐 먼저 벽을 세우고, 오해를 풀기 위해 수만 마디의 말을 쏟아내야 했다. 복잡하고 피곤한 것이 곧 사랑의 무게라고 착각하면서.
그때, 어린 왕자가 심바의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며 끼어들었다.
"여우가 그랬어. '말은 오해의 근원'이라고. 강아지들은 그 비밀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말을 하지 않고 눈빛으로만 이야기하잖아."
나는 심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의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을 타고 내 심장까지 전해졌다.
심바는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이든 아니든, 내가 우울해서 방구석에 있든 햇볕 아래 있든 상관하지 않는다. 녀석에게 나는 그저 '나'이기에 소중한 존재다.
"이게 진짜 길들여진 거야."
내가 뮤즈에게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것. 심바는 나를 완벽하게 길들였어."
뮤즈는 한참 동안 말없이 심바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항상 드라마틱한 감정의 파도를 타야만 직성이 풀리던 그녀도, 이 고요하고 묵직한 사랑 앞에서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햇살이 거실 깊숙이 들어오고, 심바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고, 어린 왕자가 미소 짓는 이 순간.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이 평온함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행복의 실체였음을 이제는 안다.
사랑은 복잡한 게 아니었다.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
내 발등에 턱을 괸 이 작은 생명처럼,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함께 숨 쉬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