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내 문장을 지워버릴까 봐

어둠 속으로 도망치려는 뮤즈를 붙잡고

by 고요정



플로리다의 오후 햇살이 너무도 찬란해서였을까.

나의 뮤즈가 갑자기 펜을 놓고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평화롭게 낮잠을 자는 심바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더니, 급기야 커튼을 치고 어두운 구석으로 숨어 들려했다. 마치 햇볕에 닿으면 녹아버리는 눈사람처럼.

"왜 그래? 햇살이 이렇게 좋은데."

내가 묻자, 뮤즈는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무 밝아. 너무 평온해. 그래서 무서워."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는 항상 가슴이 아릴 때 글을 썼어.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립거나,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을 때 문장이 쏟아져 나왔다고. 그런데 지금은? 남편은 다정하고, 아이들은 잘 자랐고, 강아지는 건강해. 내 인생에 비극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글을 쓰란 말이야?"

그것은 나의 오랜 두려움이었다.

행복은 밋밋하고, 불행은 깊다.

그래서 나는 무의식 중에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를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곤 했었다. 행복해지면 내 예술적 영감이 말라비틀어질까 봐. 나는 '행복한 바보'가 되느니 '고뇌하는 시인'으로 남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곁에서 지켜보던 어린 왕자가 다가왔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뮤즈에게 물었다.

"아줌마의 뮤즈는 참 이상하네. 장미꽃은 비가 올 때만 피는 게 아니잖아요. 햇볕을 받아야 색깔이 더 진해지는걸요."

뮤즈가 반박했다.

"너는 몰라. 슬픔은 잉크와 같아. 짙고 어두워서 종이에 꾹꾹 눌러쓰면 선명하게 남지. 하지만 행복은... 행복은 투명한 물 같아서 종이에 쓰면 아무 흔적도 안 남는단 말이야."

어린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내 책상 위에 놓인 프리즘 하나를 들어 올렸다. 창가로 들어온 햇빛이 프리즘을 통과하자, 벽면 가득 일곱 빛깔 무지개가 펼쳐졌다.

"보세요. 빛은 투명하지만, 그 안에 세상의 모든 색을 숨기고 있어요. 슬픔이 검은색 잉크라면, 기쁨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이에요. 검은색으로만 그리는 그림은 지루하지 않나요?"

뮤즈는 멍하니 벽에 비친 무지개를 바라보았다.

어린 왕자가 말을 이었다.

"내 별의 화산들도 그래요. 펑펑 터질 때만 살아있는 게 아니에요. 조용히 타오를 때가 더 따뜻해서 아침밥을 데워 먹기 좋거든요. 아줌마는 이제 비명을 지르는 글 말고, 콧노래 같은 글을 쓰면 되잖아요."

비명 대신 콧노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나는 그동안 절규하는 것만이 문학이라 믿었다. 하지만 평온하게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지 않을까.

뮤즈가 조심스럽게 커튼을 걷었다.

눈부신 햇살이 다시 책상 위로 쏟아졌다.

백지는 여전히 하얗고 두렵지만, 우리는 이제 검은 잉크통 대신 빛을 찍어 문장을 적어보기로 한다.

"투명해서 더 어려운 글쓰기가 시작되겠네."

뮤즈가 투덜거렸지만,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