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오브 테러 (Tower of Terror)
무료하다. 기분마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감이 온다. 내 마음의 날씨가 '저기압'이다. 이런 날엔 나의 육신을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 처방전이다.
올랜도로 이사 왔을 때, 우리 가족에게 유일한 놀이터는 디즈니였다. 디즈니 임직원 가족에게 주어지는 무제한 무료입장 혜택 덕분이었다. 대학생이었던 두 딸과 나는 "심심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마치 동네 공원 가듯 친근하게 디즈니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언제나 '타워 오브 테러(Tower of Terror)'였다. 특히 관광객이 적은 비수기는 우리의 세상이었다.
엘리베이터가 꼭대기로 올라가고, 문이 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 그리고 예고 없이 뚝 떨어지는 그 순간. 나와 의자가 분리되는 듯한 공중부양의 느낌. 그 찰나의 무중력 상태는 현실을 짓누르던 저기압마저 공중으로 흩어버렸다. 그 짜릿한 분리감이 나를 위로했다.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시간대를 골라 간 덕분에, 우리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입구로 뛰어가기를 반복하며 연거푸 다섯 번을 타곤 했다. 당시에는 '비수기'라는 시즌이 분명히 존재했기에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테마파크는 숲을 이루듯 늘어난 빌딩과 레스토랑, 멈추지 않는 인파로 가득 찼다. 디즈니가 사업을 너무 잘한 탓일까, 이제는 비수기라는 단어가 무색해졌다. 내가 즐겼던 그 연속적인 짜릿함은 이제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인생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나와 아이들이 세상의 무게를 잠시 잊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분명히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가끔은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막막한 이민 생활이지만, 하나님은 "무서워 말고, 즐기며 쉬었다 가라"며 등을 토닥여주시는 것 같았다.
가끔 그 시절, 우리만을 위해 운영되는 것 같았던 타워 오브 테러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다. 추억을 찾아 다시 가보기도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을 보면 이내 포기하고 발길을 돌린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도 기다림에 지쳐가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오직 하나의 기구에 푹 빠져 원 없이 즐기고 나올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여유에 감사할 뿐이다.
어쩌면 인생은 이런 기억들 덕분에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땅, 힘들고 외로운 생존 투쟁을 하는 우리에게 하나님이 주셨던 위로이자 기쁜 선물.
높이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올라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떨어짐'의 미학이 있다. 하늘과 땅이 분리된 것 같아도, 그 사이엔 떨어짐을 위로하며 받아주는 공기가 있다.
우리는 그 하늘과 땅 사이, 상승과 하강의 틈바구니에서 오늘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