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신비, 그 900마일 너머의 기도

동치미가 먹고 싶어요

by 고요정

**동치미 입덧**

내 아기가 어느새 자라 또 다른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화면 너머로 얼핏 비친 딸아이의 얼굴에 피곤이 내려앉았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입덧 때문이겠지요. 900마일이나 떨어진 이 거리가 오늘따라 더욱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엄마인 나에게는 뼈아픈 일이라, 차라리 영상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조차 주저하게 됩니다. 그저 목소리만이라도 밝게 들려주려 애쓰는 딸의 마음을 알기에, 나의 쓰라린 마음은 더 깊어만 갑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스치듯 말했습니다.

"엄마, 동치미가 먹고 싶어."

그 한마디가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하지만 나는 매정하게도 "참으라"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일하느라 고단한 몸으로, 이 추운 날씨에 마트까지 가서 무를 사고, 다듬고, 소금에 절여 동치미를 담그는 그 고생을 사서 할까 봐 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 수고를 하느니 차라리 따뜻한 밥 한 술 더 뜨고 잠이라도 한숨 더 자는 게 낫겠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의 계산법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후회가 밀려옵니다. 곁에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내밀었을 텐데. 입덧으로 메마른 입을 적셔주었을 그 시원한 국물 한 모금이 못내 아쉽습니다. 아무것도 직접 해줄 수 없는 무력감에 마음이 저려옵니다.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나는 더욱 간절히 무릎을 꿇습니다.

내가 끓여주는 국물보다 더 귀한 생명의 양식이 주님께 있음을 기억합니다. 비록 엄마인 나는 900마일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지만,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지금 그 아이의 태중에서 가장 세밀하고 놀라운 일을 행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주님,

내 사랑하는 딸이 엄마가 되는 이 고단하지만 위대한 여정을 주님 손에 맡겨드립니다.

입덧의 고통으로 지친 딸의 몸과 마음을 주님의 평안으로 어루만져 주시옵소서. 엄마가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주님의 따스한 임재로 가득 채워 주시옵소서.

무엇보다, 주님의 손으로 빚으시는 그 창조의 기록이 이미 하나님의 생명책에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음을 믿습니다. 태어날 새 생명은 우연이 아니요, 하나님의 완전하신 계획 속에 있는 축복임을 선포합니다.

비록 동치미 한 그릇 전해주지 못하는 못난 엄마지만, 기도로 잇대어 있는 이 사랑만큼은 그 어떤 음식보다 딸아이와 뱃속의 아기에게 든든한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모든 잉태의 순간이 주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며, 사랑하는 딸과 곧 태어날 귀한 생명을 축복합니다.


**엄마의 짧은 메시지**

"사랑하는 우리 딸, 입덧 때문에 고생이 많지?

아까 엄마가 동치미 담그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해서 서운하진 않았니? 일하느라 피곤한 네가 추운 날씨에 무거운 거 들고 찬물에 손 담글까 봐, 엄마 마음이 앞서서 그랬어.

900마일이나 떨어져 있어서 당장 시원한 국물 한 그릇 못 챙겨주는 게 엄마는 참 속상하고 미안하네.

대신 엄마가 이곳에서 우리 딸과 뱃속의 아가를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고 있어. 밥 잘 챙겨 먹고, 힘들면 언제든 엄마한테 투정 부려도 돼. 사랑한다, 내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