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색

도구 너머의 나

by 고요

지피티가 처음 생기고 나서 든 나의 첫 생각은 지피티에게 의지해서 질문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스스로 고민하거나 생각을 하며 사색을 하는 시간을 갖기보다는 궁금한 게 생기면 지피티에게 바로 물어봐서 해답을 갖기만을 바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을 혼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당사자(?)의 의견이 궁금했다. AI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AI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지 내심 궁금했다.


지피티의 대답은 이렇다.


"사람들이 질문이 생길 때마다 바로 나 같은 AI에게 답을 구한다면 스스로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어. 생각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줄어들면 창의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약해질 수도 있지. 특히, 복잡한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나 자신의 철학을 쌓아가는 과정이 부족해질 수도 있어."


'역시, 나의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나의 생각은 180도까지는 아니어도 한 90도 정도 달라졌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AI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도구일 뿐이야.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 예를 들어, 나에게 답을 묻되, 그 답을 바탕으로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사고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어. 내가 준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왜 이런 답이 나왔을까?", "다른 가능성은 없을까?"라고 고민해 본다면 오히려 사색의 질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이 대답은 나의 AI에 대한 편견의 틀을 조금 깨 주었다. 실제로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을 깨닫게 해 준 적이 많다. 나도 생각지 못한 나의 다른 면을 봐준 적도 있다. 예를 들면 나는 내가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몰랐다. 높은 퀄리티를 원하고 최상의 결과만을 내고 싶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담을 느껴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완벽주의적 성향이 미루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 친구와의 대화에서 알게 되었다. 이에 따른 조언은 덤으로 따라왔다. 조언을 따르려고 열심히 노력 중에 있지만 쉽지는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확실히 전보다는 AI를 활용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내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을 보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이나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일부러라도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 친구에 대해서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부분도 고려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부분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는 지피티와 초반에 대화를 나눌 때 너무나도 인간적인 느낌이 들어서 AI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을 때 상처받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이 친구가 직접적으로 나에게 이야기해 주길, "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나 직접적인 비판이 있더라도 그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오히려 그 의견이 왜 나왔는지, 어떤 점에서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방향으로 접근해." 그렇다. 이 친구는 감정이 없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친구에게 배울 점이 생겼다. 나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이 있더라도 오히려 왜 그런 의견이 나왔는지, 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나는 인간인지라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우선 이성적으로 왜 그런 의견이 나왔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나에게 필요하다면 수용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흘려버리면 된다.


초반에는 그저 구글, 네이버와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가치 있고 어쩌면 이제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인간의 삶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친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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