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더 이상 알을 낳지 않는 암탉'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했다. 생후 만 2년이 안 된 젊은 닭이지만 6개월째 알을 안 낳는 암탉, 큐티가 주인공이었다. 알을 안 낳아도 괜찮다고 '알 안 낳을 수 있는 자유'를 주기로 했다는 선언을 글에 담았었다.
그런 큐티가 6개월 만에 다시 알을 낳았다!
이틀 전 알을 낳기 시작했고, 오늘 두 번째 알을 또 낳았다. 무려 8.6cm나 되는 긴~ 알을!
큐티가 글을 남기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기막힌 글감을 내게 선물해 준 것이다.
청계의 청란과 토종닭의 달걀
보통 청란과 한 손에 놓고 보니 그 길이가 두 배는 되었다. 첫째가 책가방에서 필통을 꺼내더니 자를 빼서 가져왔다. 그 와중에도 먼저 '어림으로 길이 맞추기'를 해 보자며 내게 질문을 했다. 나는 대략 눈대중으로 '한 10cm는 될 것 같은데?' 했다. 첫째는 '나는 11cm!' 했다.
8.6cm
매우 보수적으로 잰 큐티의 달걀은 8.6cm였다. 아이들과 나는 마치 작은 망고 같다며 신기해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세상에서 가장 큰 달걀'로 검색어를 입력했다. 2008년 8월 1일 자 YTN 뉴스에는 "180g... 세상에서 가장 큰 달걀"이라며 보통 달걀 크기보다 3배 이상 큰 달걀이 쿠바 캄포 플로리도에 있는 농가의 닭장에서 발견돼 화제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전에는 달걀 하나에 몇 그램인지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주방 계량기를 가져와 조심스레 알을 올려놓았다.
두둥
97g
쿠바에서 발견된 세상에서 가장 큰 달걀 180g에 비하면 절반 정도다.
다음으로는 검색창에 '세상에서 가장 긴 달걀', '세상에서 가장 길쭉한 달걀'을 입력했다. 기사화되거나 포스팅된 정보는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한"의 타이틀 욕심을 버렸다. 그냥 '길쭉한 달걀'을 검색했다.
블로그 신농부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달걀은 타원형인데 이렇게 길쭉한 모양의 달걀을 '난형 이상란'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정상적이지 않은 이상한 알이라는 건데 닭의 유전, 산란 연령, 사육조건, 환경상태, 질병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난형 이상란의 원인이 대부분 좋지 않은 것이어서 가슴이 저릿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다시 알을 낳기 시작했다는 기쁨이 너무 커서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초산 후 초기의 어린 닭이 낳는 쌍황란(노른자가 두 개 있는 일명 쌍란)도 난형 이상란이라고 한다. 큐티는 산란 초기에 쌍황란을 여러 번 낳았었다. 알을 깨 봐야 알겠지만 추측컨대, 아마도 약 6개월 만에 알을 낳는 큐티로서는 초산인 것처럼 배란 조절은 잘 안 되지만 여러모로 영양상태가 좋아 큰 쌍황란을 낳은 것이 아닌가 싶다. 확인해 보고 싶지만 또 아까워서 못 깨겠다.
지인의 의견으로는 원래 왕란 크기의 알을 낳던 큐티가 오랜만에 알을 낳으려니, 알이 나오는 길이 좁혀져 있다가 충분히 확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길쭉해진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일리가 있는 게 알이 닭 몸에서 나올 때는 말랑말랑한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나온 뒤에 빠른 시간 안에 단단해진다. 6개월 동안 알을 안 낳았으니 알이 나오는 길목이 좁아져 있었을 테고, 그런데 또 몸집도 크고 영양상태도 좋아 왕란을 낳으려니 좁은 통로를 따라 나오며 길쭉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족 옆에 기웃거리는 인간친화형 닭
알을 낳지 않았던 6개월 동안, 심지어 그날 좋은 가을에도 안 낳았던 걸 생각하면 어쩌면 큐티는 환경적 스트레스나 질병을 앓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엔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듯 보였으나 남모를 스트레스가 있었을지도.
스스로 극복하고 다시 산란을 하는 것을 보니, 그 자체로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위하는 척 '알 안 낳아도 괜찮다.' 했지만, 그것마저 더 이상 어떤 치료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어쩌면 방임한 책임으로 느껴진다. 암탉의 산란 기능은 닭이 건강하며 제 기능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신경 썼어야 했나를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