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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Apr 12. 2023

뒷산에 핀 진달래꽃, 아름 따다 고이 만든 화전

진달래는 되고 철쭉은 안 되는 것


3월 중순 매화가 피기 시작하면, 곧이어 뒷산에 진달래가 얼굴을 내민다. 초록색 잎이 나기 전에 발그레한 꽃이 먼저 피는 건 벚꽃과 똑같다. 다른 점은 벚꽃은 보기 좋은 꽃이지만, 진달래는 먹기 좋은 꽃이라는 것이다.



진달래가 피면 애들은 꽃이 예쁘네, 색이 어떻네, 하기보다 "화전 해 먹자~!"를 먼저 얘기한다. 전원생활 3년 차, 이젠 찹쌀가루가 필요하다는 것과 암술, 수술은 빼고 해 먹어야 한다는 것쯤도 안다.


진달래는 여리고 여려서 따뜻한 봄, 약 2주 정도만 볼 수 있다. 봄비가 오면 비는 반갑지만 꽃이 다 떨어져 화전을 해 먹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지난 주말 아이들이 그릇 하나 들고 가, 진달래 꽃을 따왔다. 마당에 펼쳐놓은 캠핑 테이블 위에 그릇을 놓고, 약간의 독성이 있는 암술 수술을 떼내었다. 하는 행동이 너무 자연스러워 그 모습이 귀여웠다.



텃밭 정리한다고 내가 늑장을 부렸더니 아이들이 따온 지 한 시간쯤 지나자 꽃잎이 벌써 시들어가고 있었다. 자연에서 난 거지만 먼지나 벌레가 있을 수 있으니 식초 약간 탄 물에 살포시 담가주었다. 꽃잎이 매우 얇고 여리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히 만져야 한다. 물에 너무 오래 담그면 꽃잎이 녹아내려, 몇 분 정도 후에 바로 씻어냈다.



학교에서도 매년 봄이면 절기 수업으로 진달래화전을 만든다. 이번엔 학교 수업보다 더 일찍 집에서 만들었는데, 제법 반죽하는 스킬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조그마한 손으로 야무지게도 익반죽을 쳐댄다.


반죽을 조금씩 떼내어 동글동글 꾹 펼침면에 진달래 꽃을 올려준다. 사실 꽃은 아무 맛도 안 난다. 그냥 쫄깃한 찹쌀떡을 달달한 꿀 찍은 맛으로 먹는다. 나는 쑥을 같이 올려 향긋한 쑥 맛으로 먹는데, 아이들은 진달래만 올린다. 쑥 넣은 건 엄마 아빠 거, 꽃만 있는 건 자기들 거라는데, 아무리 봐도 쑥 넣은 것이 적어 애들 몰래 쑥을 더 올려 구웠다.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꽃을 올린 반죽을 구워내면 끝이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꽃을 올린 반죽을 앞뒤로 골고루 익히면, 진달래의 핑크빛은 금방 사라진다. 뜨거운 기름에 점령당해 갈색꽃이 돼 버린다. 핑크빛 화전을 원한다면 동글동글 꾹 눌러 펼침면 반죽을 앞뒤로 구운 후 진달래꽃을 올려줘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프라이팬에서 하기엔 뜨거워 위험하기도 하고, 앞뒤로 제대로 익는 게 중요한 나는 결과물의 색을 포기했다. 3년째 만들어보지만 이 스킬은 나아지질 않는다.




아이들은 이제 진달래와 철쭉이 무엇이 다른지를 안다. 3월 말에 진달래가 피었다가 4월 초순이 넘어 지고나면 그제야 철쭉이 핀다는 것, 진달래는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지만 철쭉은 그 반대라는 것, 진달래 꽃잎은 먹을 수 있지만 철쭉은 먹을 수 없는 꽃이라는 것. 무엇보다 봄철 약 2주만 모습을 보였다 사라지는 진달래를 귀한 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에 살 때는 봄, 가을이 그렇게 짧게 느껴졌었다. 옷차림의 변화로 계절이 바뀐다는 것을 실감했었다. 그런데 전원생활을 해보니 봄, 가을도 여름, 겨울만큼이나 길게 머물다 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무에서 새순이 나고,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 피고, 나뭇잎의 색깔이 매일매일 다르다. 계절마다 즐길거리가 가득하니 매해가 새롭고 매계절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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