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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Feb 06. 2022

아들복은 뒤늦게 터져서..

또 수컷이라고?

부화기에 알을 넣고 21일 동안 기다릴 때는 건강하게 잘 태어나기만 바랐다. 그런데 태어나고 보니 사실 중요한 것은 바로 성별이었다.


부화시키고 병아리를 키워서 닭이 되고 그 닭이 알을 낳아 또 자연 포란을 통해 병아리가 태어나는 선순환의 산교육을 하려면 중요한 건, 암컷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시도에 세 알 중 2마리만 부화를 성공했다. 특이하게도 등에 갈색 줄이 두 줄 나 있는 모습을 검색해 보니 토종닭의 표시란다. 줄기차게 병아리 암수 구분 방법을 여기저기 검색했다. 알 듯 모를 듯 결국은 한 달 정도 지나 조금 더 검은빛 나는 병아리의 머리에서 볏이 자라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아기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태명을 짓듯 이 병아리들도 란명(알 속에 있을 때 이름)을 지었는데 큐티와 프리티였다. 암컷은 큐티라는 이름을 그대로 이었고 수컷임을 알게 된 프리티는 도저히 거무틔틔한 생김새와 이름이 어울리지 않아  몽이로 개명을 했다.



1세대 큐티(암컷)와 몽이(수컷)


암컷 1마리와 수컷 1마리 어떻게 보면 딱 예쁜 한 쌍이 될 것 같지만 왠지 아쉽다. 어차피 사료값 들어갈 거고 키우는 공이 들어갈 것이라면 한 번 더 부화시켜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부화는 바로 '전원생활하려면 닭 좀 키워 봐야지?'라고 권했던 그 집에서 청계 알을 얻었다. 역시 3알을 부화기에 넣고 또 21일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또 2마리만 태어났다. 부화기 어느 한쪽에 문제가 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청계 병아리는 검은색 한 마리와 회색 한 마리가 태어났다. 색깔이 다른 것도 신기하지만 늘 예상했던 노오란 병아리가 아닌 것이 더 신기하다. 회색은 별리, 검은색은 플라워라 이름 지어줬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도 둘이 생김새가 똑같아 알 수 없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찾아본 청계 암수 구별법으로 보니 왠지 둘 다 암컷 같기도 하고 둘 다 수컷 같기도 했다. 모 아니면 도다. 결론은? 도다. 둘 다 수컷이었다.



2세대 별이(수컷)와 플라워(수컷)


이미 1세대와 2세대 부화를 통해 태어난 4마리의 병아리를 위해 거금을 들여 닭장을 지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어차피 돈 들여 닭장도 지었겠다. 결국 산교육은 암컷을 통해 이루어지는 법. 암컷에 대한 나의 갈망은 더욱 짙어져 갔다. 그래서 결국 여름을 넘기고 가을에 들어서면서 3세대 부화를 시도했다.


9월 1일 처음으로 3마리가 모두 무사히 태어났다. 부화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화기의 문제가 아니라 알의 상태였던 것이 분명해졌다. 1세대는 택배로 배송 온 서비스 알, 2세대는 갓 낳은 알과 보관하고 있던 알이 섞여 있었다. 아마도 금이 갔거나 상태가 신선하지 않았으리라. 3세대 알은 이웃집에서 그날 낳은 신선한 달걀을 각각 치킨 타월에 소중히 싸서 건네주신 것들이라 아무래도 부화하기 좋은 알이었나 보다.


어쨌든 3세대 부화의 결과는? 수컷 2마리, 암컷 1마리. 성별이 섞여 있으니 확연히 일주일만 지나도 날개와 꼬리의 길이가 다른 것이 눈에 보인다. 암컷은 날개가 꼬리까지 길게 뻗어 있고, 꼬리가 먼저 길게 자란다.



3세대 별리(수컷), 플리(수컷), 마리(암컷)


또 수컷이 2마리라니, 세 번을 부화해서 태어난 총 7마리 중 5마리가 수컷이다. 아들복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왜 이렇게 뒤늦게 아들복이 터지는지.


두 딸을 키우고 있는 나는 한 집안의 장남 며느리다. 시부모님은 당연히 아들을 바라셨다. 첫째에 이어 둘째가 딸인 것 같다는 16주 차 병원 의사의 귀띔이 믿어지지 않았다. 왠지 아들 태몽을 꾼 것 같고 한 달만에도 성별이 바뀌더라는 다른 사람들 인터넷 글에 의지하며 한 달을 말 못 하고 숨겼더랬다. 물론 두 딸인 것이 지금 너무나도 좋고 감사하다.


이 소식을 들은 이웃분께서 이번엔 카더라 통신에 의한 "둥근 알이 암컷이더라~"를 한 번 믿고 해 보라며 또 3개의 알을 챙겨 주셨다. 일부러 끝이 둥근 알을 주려고 며칠을 모았다며 주시는 것을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 부화는 둘째치고 병아리들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을까 싶은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딸 욕심을 버릴 수 없었던 나는 마지못한 척 4세대 부화를 시도했다.


10월 31일에 무사히 태어난 3마리의 청계 병아리.

결론만 말하겠다. 암컷 2마리에 수컷 1마리. 세 마리가 어쩜 색이 다 다른지 너무나 신기하다.


4세대 블랙(암컷), 화이트(암컷), 그레이(수컷)

 


총 4번의 시도, 10마리 부화 성공, 그중 암컷 4마리, 수컷 6마리.


이젠 부화기를 상자에 고이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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