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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두두 Mar 17. 2022

엄마도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반대한다

일상의 기록에서 코로나 얘기를 빠뜨릴 수가 없다. 그 녀석이 우리 집에도 찾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새벽, 2층에서 자던 첫째가 끙끙대며 1층 안방까지 내려왔다.

"엄마, 나 머리가 아파."

겨우 소리 낸 그 한마디에, 나는 벌떡 일어나 서둘러 체온계부터 찾았다. 38.6도. 직감적으로 알았다.

'기어이 우리 집에도 왔구나.'




이미 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지인에게서도 들었던 증상이 분명했다. 아이는 39도를 넘나들며 열이 났고, 나는 그 옆에서 한 시간마다 체온을 재고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가장 최근 연락한 지인이 말했다. "큰 애가 걸렸으니 이제 온 가족 차례대로 오겠지." 한 명이 걸리면 가족 전체가 걸리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체온을 재 보니, 37.5도가 넘는 미열이었다. 아이와 동네 병원으로 가 코 뼛속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아이는 양성이고 나는 음성이다.


다음날 아침, 선별 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아이는 확진이고 나는 또 음성이다. 결과를 확인한 순간 왠지 모르게 미열도 없어지고 목의 답답함도 사라졌다. 아마 심리적인 요인이었나 보다 생각하니, 나는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2층짜리 전원주택에 사는 덕에 남편과 둘째는 1층에서, 나와 첫째는 2층에서 분리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만 12세 이하 어린이 확진자의 보호자로서 공동 격리자를 자처했다.


주방은 1층 하나라 식사 준비를 하려고 내려가면, 남편은 후다닥 마스크를 챙겨 쓰고 둘째를 방으로 피신시켰다. 나와의 사회적 거리를 멀찌감치 두었다. 당연한 건데 조금 야속했다.


"괜찮아? 넌 어때? 다른 증상 없어?"


남편이 아침저녁으로 나에게 물었던 말이다. 남편은 나를 거의 준 확진자로 생각하고 있었다. 증상이 언제 나타날지, 어디부터 아플지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물어보는 것 같았다.

   

"지금도 괜찮아?"


이건 또 무슨 말인지. PCR 결과가 음성이라고 통보받았을 때도 남편은 더욱 나와 사회적 거리를 두었다.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건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투철한 건지. 잘하고 있는 건데 또 조금 서러웠다.


드라마 명대사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말처럼,

나도 아이가 아프니 엄마도 같이 아픈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공감을 넘어서 같이 고통을 느끼겠다니. 아픈 아이를 혼자 격리시킬 수 없고 옆에서 간호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걸리겠지 했다. 해열제를 먹어도 툭하면 39도가 넘어가는 통에 마스크 챙겨 쓸 겨를도 없이 아이 옆에 간 적도 있다. 혼자 방에서 자다 열 경기라도 일으킬까 싶어 아이 옆에다 이부자리를 펼쳤다.


그런데 아이의 증상 발현 3일 차가 지나갈 때도 나는 괜찮았다. 부스터샷까지 맞았으니 어쩌면 전염이 안 되고 잘 넘어갈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갑자기 나는 안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지키고 싶어 지자 용기를 내어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가 네 옆에서 간호하느라 쭉 같이 있었는데, PCR 검사도 음성이 나오가 아직 증상이 없어.

어쩌면 엄마는 감염 안 되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 옆 방에서 따로 자도 될까?"


용기 내어 말한 엄마에 비해 아이는 의외로 씩씩했다.


"당연히 되지!"




엄마가 아프지 않아야 아이가 완쾌할 때까지 돌봐줄 힘이 있다. 아이 때문이 아니더라도 감염됐을 때의 고통과 후유증을 생각하면 어느 누구라도 걸리지 않는 것이 좋다. 내 몸을 위해 내가 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는 4일 차에 확진자가 되었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도 같이 아파야 한다는 내 잘못된 생각과 식구 중 한 명이 걸리면 다 걸리더라는 말을 비판 없이 들은 탓이다. 내가 나 자체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탓이다. 엄마도 아프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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