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1일 미루고 미루던 사랑니를 뺐다. 몇 년 전부터 치과검진을 받을 때마다 빼라며 핀잔을 듣던 애물단지. 지금은 괜찮지만 그냥 두면 어금니를 밀어 치열을 해칠 수 있고, 관리가 어려워 충치가 생기기 쉽다는 이유를 매년 복습해 왔다. 그냥 치과 한번 방문하여 빼버리면 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모르겠다. 이처럼 무익한 것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잡아 쉽게 사라질 줄을 모른다.
그래도 미루고 미루던 사랑니를 이번에는 빼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이유는 단순했다. 한 해를 정리하며 그다지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와중에, 예전부터 나 있던 사랑니가 거슬리고 혀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기분 나빴다. 나의 2025년 마지막 원망의 타깃 당첨이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으나 무언가 결과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2% 정도 모자랐다. 회사에서 개인 목표치는 달성하였으나, 팀원들은 부진했다. 관리자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많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또한 1년간 여러 인연이 다가왔지만, 한 해를 닫고 새로 시작하는 시점에 내 곁에 남은 사람은 없다. 목표로 하던 자격증 시험도 1차는 합격하였으나, 2차는 처참히 떨어졌다. 일도 사랑도 공부도 마지막 2%를 채우지 못해 완성하지 못했다. 아주 모자라게 실패했다면 미련도 안 남았을 것인데, 조금의 모자람이 불만을 더 키우는 장작이 되었다.
원인을 무엇일까. 내 왼쪽 어금니 옆에 자리 잡은 사랑니 마냥, 내 마음이나 정신 어딘가에도 무익하게 무언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같이 쓸모는 없는데 폐를 끼치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바로 병원에 예약을 했다. 병원까지 이를 뽑으러 가는 길은 3년이 넘게 걸렸지만, 접수부터 마취, 발치 후 약을 처방받고 나오는 데까지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를 뺀 자리 때문에 며칠간 고생은 하겠지만, 불필요하게 차리만 차지하던 이가 사라진 만큼 마음이 후련하다.
이번에 뽑아 버린 사랑니처럼 삶에 도움은 되지 않으나, 은연중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아 발목을 잡는 일들이 있다. 나태함, 합리화, 자기 연민 따위들은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아 앞길을 막는다. 이 뽑듯 뽑아내고 싶지만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랑니 하나 뽑는데도 몇 년이 걸렸는데 오죽할까. 그래도 해결책은 확실히 알았으니 부지런이 빼내보려 한다. 빠진 자리에 또다시 무익한 게 자리 잡을 수 있겠지만, 또다시 빼내면 그만이지 않을까?
결국 삶은 계속 자라나는 사랑니와 빼고 난 후 불편함이 대한 인내의 연속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