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초입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서며 운전대를 잡는 순간 하늘에서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 스쳐 지나가면서 본 날씨 뉴스에서 눈소식을 본 기억이 있다. 하얀 눈송이가 조금 날리는 듯싶더니만, 곧 비와 함께 섞여 질척이기 시작한다. 내리는 모양새가 영 찝찝하긴 하지만 그래도 쌓여서 골치 아픈 눈보다 낫다. 겨울이 끝이 다가오면서 조금 풀린 날씨 덕에 눈 예보가 진눈깨비로 바뀐 것 같다.
진눈깨비는 보통 겨울이 다가오는 늦은 가을이나 겨울의 입구 또는 봄이 다가오는 늦겨울에 찾아온다. 매서운 추위가 다가오기 전이나, 따듯한 온기가 찾아오기 전에 주로 나타나 인사치레를 한다. 마치 무슨 일이 찾아오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징조 같다. 징조가 찾아오면 보통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대비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내리는 진눈깨비를 볼 때처럼 ‘이놈의 짜증 나는 날씨.’ 정도만 생각하며 더 이상 무언가를 고려하지는 않는다.
사람 사는 일이라는 것이 한 겨울의 추위같이 시린 어려움이 찾아올 때는 물론이고 훈훈한 봄바람 같은 행운이 찾아올 때도 대비해야 할 일이 생긴다. 그것을 위해 진눈깨비와 같은 징조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알아차리 못하고 놓쳐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것을 놓치면서 잃어가는 중일 것이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진눈깨비로 얼룩진 차창을 닦아내는 것처럼 일어난 일에 대해 책인 지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겨울의 끝자락에 내리는 진눈깨비를 보면서 곧 봄이 오겠다는 생각을 떠 올 리 듯. 우리가 실수하며 책임지는 일들이 쌓여, 어느 정도 연륜이 생기면 조그마한 징조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이 언젠가는 생기지 않을까 싶다. 그날이 올 때까지 결과에 부단히 책임지는 노력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