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약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며 자주 쓰는 표현 중 하나이다. 어떠한 일을 알아도 좋은 상황이라면 아예 알지 못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는 뜻이다. 이런 말이 자주 사용되어 우리의 일상에 굳어질 만큼 모르는 게 좋을 일들이 얼마나 많은 것일까.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 요즘 세상은 지식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나이를 먹고 이런저런 경험이 생기다 보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에 한창이던 시절, 여느 때와 같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는데 무릎 언저리에서 혹 같은 게 만져졌다. 평소에 무릎이 아픈 적이나 크게 다친 적도 없었기에 내 무릎에 갑자기 자라난 이 녀석이 나를 그저 당황스럽게 할 뿐이었다. 언제부터 자라나 있었는지, 지금도 자라나는 중인지, 내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이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생전 처음 겪는 일에 며칠을 고민하다가 이것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알게 된 이 녀석의 이름은 지방종이었다. 담당 의사는 원하면 제거해 줄 수는 있지만, 움직일 때 불편하고 통증이 있거나 계속 커지지만 않는다면 그냥 놔둬도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명확하게 무엇인지 들어서 되어 큰 걱정은 덜었지만, 이미 이 불필요한 것이 내 몸에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계속 신경을 쓰게 만들었다. 어차피 해가 되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서 결국 지방종을 제거했느냐? 그건 아니다 당시 취업준비로 바빠서 엄벙덤벙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잊혔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르는 체 잘 지내고 있다. 아마 이렇게 글을 쓰기 위해 기억에서 끄집어내지 않았더라면 계속 모르고 살아갔을 것이다. 처음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알게 되어 마음을 소모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차라리 몰랐더라면 생각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일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없는 일로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덮어두고 살아갈 수는 있다. 내 무릎의 지방종처럼 모르는 체 살아가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실은 아는 것을 덮어두고 산다. 마치 모르는 것처럼.
아마 앞으로의 인생에서 수많은 것을 덮어두고 살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는 비겁하게 회피한다고 뭐라 수도 있고, 감춰두는 게 오히려 안 좋은 영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냥 둬도 크게 해롭지 않고, 오히려 꺼내 놓을수록 마음이 괴로운 상황이 된다면 그냥 마음 어딘가에 묻어 모르는 것처럼 사는 일이 우리 삶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모르는 게 약일 수 없다면, 덮어두는 것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