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사물의 윤곽을 더듬는다
나뭇잎의 가장자리가 먼저 흔들리고
그 다음에야
닿지 않던 쪽까지 따라 떨린다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문이 한 번 열렸다 닫히고
커튼이 누군가의 등을 흉내낸다
이름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이렇게 또렷할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서야 알았다
붙잡을 수 없는 것이
가장 오래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