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영포티 지드래곤에 빠지다

by gozal

그래. 나는 요즘 지드래곤에 빠졌다. 스물한 살 때쯤이었나 내 인생에 이슈로 남을 큰일이 하나 있었다. 강남 유명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친을 절친, 그 당시에는 절친이었다. 아무튼 절친에게 빼앗긴 사건이었는데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물론 충격은 남자에게 받았던 건 아니었다. 남자 친구는 말만 남자 친구였지 몇 번 만나지도 못했던 말로만 남친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그때 유명 소속사의 가수였고 곧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아무튼 그 일을 겪고 우정이란 것에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나만 운이 나쁜 건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그런데 그때 막 생겨 뜨고 있던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을 했더니 세상에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너무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이후로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거기서 거기고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는 것에 작은 위안을 갖게 되었다.

물론 더불어 순수했던 무지개가 사라지고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버릇이 생긴 것도 이때부터였다. 남자 친구를 나이트클럽에서 만났다고 해서 나의 만남이 늘 그랬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춤과 노래를 좋아했고 성인이 되어 큰 무대와 화려한 조명,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무지개였던 것 같다. 나는 춤과 노래를 좋아했기에 단 한 번도 즉석 만남 이라는 자리에서 누군가와 인연을 맺은 적은 없었다. 웨이터 손에 이끌려 들어간 어느 방에는 힙합 스타일의 남자아이 한 명이 앉아있었고 랩과 노래를 좋아하던 나는 그 안에서 함께 싸이의 '새' 라는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알고 보니 그는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유명한 래퍼였다. 우리 가족 중 음악을 전공한 친척들이 많고 가까이에도 합창단 활동을 하거나 조카를 음악가로 키우고 있는 엄마와 언니가 있기 때문인지 나도 자연스레 노래를 잘할 수밖에 없었지만, 성악이나 클래식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숨겨진 끼는 주체할 수 없었다. 내성적이고 남의 눈을 신경 쓰는 예민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가수를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흑역사였던 그 시절 이후로 랩과 힙합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어디 가서 불러도 찬사를 받는다.


딸내미가 그려준 지디의 고양이 '조아'

아무튼 사설이 길었고 2024년 연말 mama 무대에서 지드래곤의 7년 만의 화려한 복귀 무대를 보며 갑자기 바닥까지 꺼져가던 에너지가 세포까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을 검색하니 역시나 나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고 아주 오랫동안 그를 추앙해 오던 수많은 사람이 그러했고 또 나처럼 그에 대해 새롭게 느끼게 된 사람도 많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그의 발자취를 되돌아 따라갔다. 십 년 전, 그 이전까지 샅샅이 찾았다. 40줄이 넘어서야 제일 많이 느낀 건 세상에 내가 살아온 삶보다 아니 그만큼 보다 더 노력하며 살고 눈물 없이 말할 수 없는 과거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서사 없이는 오늘도 없다. 지드래곤은 그랬다. 누군가의 안쓰러운 동생이었고 우상이었고 그림자였다. 빅뱅의 10주년 다큐에서 그들이 말하기를 "십 년 뒤에 우리가 서른 후반, 마흔이 되어도 같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라는 고민과" 아마도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헤어지던가 다른 음악을 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후로 7년이 지난 오늘도 다시 건재하다. 그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나의 과거, 우리들의 과거, 그리고 오늘이 생각났다. 아무튼 나는 그래서 지금 권지용이 좋다. 지드래곤이 좋다. 가끔 지드래곤에 대해 이야기 하면 어떤이는 그리 잘생기거나 멋지지 않고 왜소하고 목소리도 얇고 등등 "왜 좋아하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반응이 너무 익숙하다. 나도 어리거나 젊을때는 항상 누군가가 가만히 있는 나를 그렇게 평가 하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키도 작고 몸매도 별로인데 그리 예쁘지도 않고..그럴때는 '나는 가만히 있지만 사람들은 계속 왜 내 외모를 평가하는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나고보니 그렇다. 지디는 지디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자꾸 "왜?" 라고 되묻는건 그가 매력이 있기 때문일거다. 그에대해 더 알아보고 들여다보고 하나하나에 의미를 둘때, 그의 철학과 생각들을 이해할 수 있을때, 그의 발자취나 서사를 알게 되었을때 비로소 그것이 매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은 가끔 무시하자. 그냥 내가 어디가 매력이 있나보지. 지디처럼 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럼에도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