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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Mar 16. 2024

패스트 라이브즈 단상

수원역. 메가박스. 패스트 라이브즈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원인으로서 이어지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묘하게 끌리는 영화이다. 영화의 주요 소재인 인연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본 영화와도 나름 인연이 있는 듯하다. 작년 부국제에서 상영될 당시에는 시간과 장소가 맞지 않아 보지는 못하고 평만 살펴봤었다. 평이라고 해봐야 사용하고 있던 영화 커뮤니티 앱에서 부국제에서 영화를 본 소수의 평을 훑어본 것이 전부였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평이 좋지 않았던 영화로 기억한다. 당연히 인연이 없을 영화라 생각하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 언제 개봉한 지도 몰랐던 <패스트 라이브즈>가 호평을 받고 있다 해 이질적이고 어색한 감정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출처. 왓챠피디아

영화를 보면서 뭐가 그리 끌렸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관객이 가지고 있을 첫 사랑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개론>에서 말하는 첫 사랑이 아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나 알고 있었을 어떤 시점의 관계에 대한 기억. 어느 날 문득 떠올라 순식간에 빠져드는 어떤 순간. 그것은 단순한 이성애적 사랑으로서 첫 사랑이 아닐 것이다. 어떤 순간을 채운 관계에 대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경험이 있는 관객이라면 12년이라는 간격을 두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해성과 나영의 이야기를 보며 묘하게 자신만의 순간 속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출처. 왓챠피디아

우리 각자에게는 프루스트의 마들렌과 같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은 하나의 사랑이다. 이제는 그 때와 같은 자신도 상대방도 없지만 그 때와 같은 자신과 상대방이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자신과 상대방이 있다. 해성이 나영에게 한 말처럼 우리는 그저 기억 속 순간을 그리워하며 막연하게라도 다시 보고 싶을 뿐이다. 해성과 헤어진 뒤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는 나영처럼 온전하게 매듭짓지 못한 순간이 잘 정리되어 매듭지어 질 때 알 수 없는 감정을 눈물로 승화하고 싶을 뿐이다. 찰나와 같지만 영원하기도 한 그 때가 마찬가지로 찰나와 같지만 영원한 지금으로 이어져 찰나와 영원의 다음으로 나아가는 것을 사랑 말고 다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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