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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Jun 21. 2024

드림 시나리오 단상

광화문. 씨네큐브. 드림 시나리오.

드림 시나리오 단상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인정과 관음의 꿈 사이에서 일상이 꿈이 되는 아이러니(3.5)


인정과 관음도 결국 평안한 일상이 있을 때야 가능하다는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인정 욕구와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싶다는 관음 욕구는 상호보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시선을 받고 싶은 '폴'이 현실만이 아니라 꿈에서도 다른 누군가를 계속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는 다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지만 항상 꿈을 꾸는 이를 바라본다. 폴은 오랫동안 생각과 말로만 했을 뿐 실제로는 원고조차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과 말에 가치를 두고 누군가 반응하는 것에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과 말에 반응하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말 그대로 인정과 관음 사이에서 꿈꾸는 인간이다.

출처. 왓챠피디아

그런 그가 꿈에서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인하기 시작한 것이 최초로 꿈에서 자신과 성교를 했다는 출판사 직원과 현실에서 실제 성교를 하려 했다가 불발된 다음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폴은 인정과 관음 사이에서 자신의 감정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몰랐고 자신의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랐다. 일례로 그는 자신의 책을 쓰고 싶다고 했으나 원고 자체를 쓴 적이 없으며 가족과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으나 가족과 함께 하기보다 자신의 유명세로 가족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유명해지고 싶었고 학자로서 인정 받고 싶다고 했으나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는 폴은 사실상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타인의 인정에서 오는, 타인을 바라보는 것에서 오는 일종의 만족감에 중독된 사람처럼 보인다.

출처. 왓챠피디아

하지만 자신에게 인정이 쏟아지고 자신의 관음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는 실제적인 영향력을, 그러니까 무언가 실재적인 변화를 행사하고 싶어진다. 문제는 현실에서 실재적인 변화를 행사하는 것에는 책임이 따르며 폴이 바라는 변화 중 몇몇은 위에서 언급했듯 도덕적인 문제를 수반하는 경우도 있기에 온전하게 현실화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게 스스로 욕망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폴은 꿈에서 공포를 심어주거나 가장 극단적인 방식인 살인으로 욕망을 해결한다.

출처. 왓챠피디아

폴은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그저 바라는 인간이다. 그에게 때에 따라 환호와 욕설을 보내는 대중도 마찬가지이다. 폴의 사건을 통해 여전히 세상은 뭔가를 바란다는 것을 이용해 꿈에서조차 광고를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할 뿐이다. 악명조차 잊혀가는 폴은 아내와 이혼하고 이상한 제목이 붙은 자신의 책을 출판해 작은 서점 지하에서 열리는 사인회를 전전한다. 그런 와중에 폴은 자신의 책이 출판되어 파리로 사인회를 간다며 이혼한 아내에게 전한다. 전화로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꿈 광고 기계를 사고는 아내의 꿈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폴은 아내의 페티시를 구현한 모습으로 아내의 꿈에 등장해 말 그대로 꿈 같은 순간을 보낸다. 욕망의 끝이 일상의 평안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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