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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Jul 09. 2024

프리실라 단상

CGV. 백석. 프리실라

* 다른 텍스트의 한 줄 평들이 궁금하시다면 왓챠피디아(Gozetto)나 키노라이츠(Gozetto1014)를 보시면 됩니다.

도망치는 건 정말 도움이 된다(2.5)


프리실라가 되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기분이 든 영화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바즈 루어만 감독의 <엘비스>를 봤다면 어땠을지 궁금했고 보고 난 후에는 이런 궁금증이 더 커지기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전기와 프리실라의 전기가 충돌하는 지점, 교차하는 지점, 평행을 이루는 지점 등. <프리실라>에서 프리실라는 엘비스에게 나이, 성별, 재산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도 엘비스를 떠나지 못한다. 그런 프리실라를 엘비스는 어떤 시선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며 대했을까? 영화를 보면서 채워지지 않은 영역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쓸 데 없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었다.

출처. 왓챠피디아

쓸 데 없는 기대감 만큼이나 답답함도 가득한 영화이긴 하다. 냉전 시대 독일 주둔 미군 기지에서 매일 지루하게 식당 바에 앉아있던 프리실라가 우연히 엘비스의 친구인 군인에게 눈에 띄어 파티에 초대된다는 첫 사건은 드라마틱 하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운명적이다. BTS의 멤버와 이름 모를 아미의 한 팬이 만나는 것을 떠올린다면 정말 극단적으로 우연적이고 운명적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프리실라와 엘비스의 사랑 혹은 관계는 굉장히 극단적이다. 흔히 말하는 성년과 미성년의 관계이기에 극단적인 것이 아니다. 프리실라는 법적으로 미성년이기 때문에 미성년인 것이 아니라 팬으로서 감정과 이성을 향한 감정 중 엘비스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미성년에 가깝다. 영화에서 보는 엘비스를 성년이라고 하기에는 그는 그저 나이만 법적 성년인 미성년에 불과하다.

출처. 왓챠피디아

두 미성년의 관계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계의 우위가 뒤바뀌지 않는다. 프리실라는 엘비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듯 싶으나 실상은 엘비스의 가장 이상적인 인형에 가깝다. 엘비스의 취향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면서 버림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프리실라는 엘비스에게 벗어나지 못하고 관객 역시 그런 프리실라와 마찬가지로 엘비스에게 짓눌린다. 영화의 시선과 시공간은 프리실라가 중심이지만 실제로는 엘비스가 덧씌워져 있는 기이한 경험. 엘비스에게 이혼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프리실라의 마지막 조차도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이미 도둑 맞고 망가진 채 빼앗긴 뒤라 후련하지가 않다. 삶을 빼앗기고 잃은 누군가를 체험하는 것은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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