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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zetto Feb 07. 2022

엔터테인먼트의 본질, 즐거움을 찾아서

평촌 CGV. 씽2게더.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고대부터 축제, 쇼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 엔터테인먼트의 가장 기본은 춤과 음악이었다. 단순한 흥얼거림과 두들김이 쌓이면서 리듬, 박자, 멜로디를 갖춘 음악이 되었고 되었고 단순한 발구르기와 손뻗기 등이 이어져 안무가 되었다. 이러한 춤과 음악를 기본으로 인간은 일상에서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비일상으로 넘어가 일상에서 쌓여온 감정을 이해받고 해소했다. 때로는 밝고 활기찬 장조의 분위기에서 춤과 음악으로 기쁨과 행복을 분출했으며 때로는 어둡고 처지는 단조의 분위기에서 춤과 음악으로 슬픔과 외로움을 풀어나갔다. 재미와 즐거움의 양상은 장조만이 아니라 단조에서도 나타나며 엔터테인먼트 이른바 즐길거리의 본질은 바로 감정의 이해와 해소를 위한 재미와 즐거움인 것이다. 즉, 춤과 음악은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인 재미와 즐거움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엔터테인먼트의 본질과 관련해서 일루미네이션 제작사의 <씽2게더>는 기본에 집중하고 기본을 강조한 영화이다.

출처. 다음 영화

2016년 개봉한 전작 <씽>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씽2게더>는 서사의 진행 자체만 보면 개연성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은 영화다. 서사는 인물 간 갈등이 발생하는 사건에 의해 진행되는데 이 때 사건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속해 있는 인물들의 감정으로 역동한다. 즉, "서사가 개연성이 있다."는 말의 의미는 서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해 행동하는 인물들의 감정과 행위가 이해가 가고 적절하며 그에 따라 서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인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혹은 알겠다는 의미이다. 개연성의 관점에서 보면 <씽2게더>는 인물의 감정과 행위가 변화하는 양상에 구멍이 조금씩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씽2게더>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개연성을 제목 그대로 노래와 퍼포먼스로 채우며 뚝심있게 나아간다. 뮤지컬 영화처럼 노래를 통해 인물의 감정이 표현되고 변화하면서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지만 <씽2게더>에서 노래가 빠지면 서사가 구성될 수 없다. 노래를 통해 관객들의 청각부터 시작해 모든 감각을 일깨우며 순식간에 비일상의 현실로 이끌어가는 것이 <씽2게더>만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출처. 다음 영화

수록된 노래만 36곡이었던 <씽>만큼이나 <씽2게더>도 32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으며 올드팝, K-Pop, 록, 샹송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일루미네이션 특유의 원색 중심의 화려한 이미지들을 통해 다양한 노래들이 시청각을 넘어 촉각까지 자극한다. 특히나 허스키하면서도 감미로운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저 끝가지 퍼져나가는 듯한 시원함이 매력적인 태런 에저튼의 목소리, 힘과 부드러움을 겸비하면서도 톡톡 튀기까지 하는 리즈 위더스푼의 목소리, 부드러움과 순수하지만 강렬한 힘을 지닌 토리 켈리의 목소리, 패기와 젊음이 느껴지는 시원한 고음이 쭉 뻗어나가는 할시의 목소리 등. 영화를 보는 내내 화려한 출연진들의 목소리로 불리는 노래와 퍼포먼스는 어깨를 들썩이고, 마스크 안으로 입을 달싹이며, 몸을 굽혔다 폈다 하게 하면서 너무나 단순하기 그지 없는 <씽2게더>를 단순한 킬링 타임용 영화 이상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

출처. 다음 영화

서사 자체도 꿈을 향해 노력하고 달성하는, 이미 대중성이 입증된 간단한 서사이지만 오히려 간단하기 때문에 음악과 연출의 화려함이 돋보인다. <씽2게더>의 서사는 관객의,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공연을 만들면서 성공하겠다는 버스터 문과 쇼를 비즈니스 즉, 돈벌이 그 이상으로 보지 않는 크리스탈 엔터테인먼트의 회장 지미 크리스탈이라는 두 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너무나 명확한 선악 구조이기에 누구나 버스터 문이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무리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심지어 선악의 구조가 다른 인물들에게서도 너무나 명확해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물들의 변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아버지 지미의 보호 아래 안하무인으로 살았다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려 하는 포르샤 크리스탈처럼 변화하는 인물조차도 개연성 즉, 어떤 감정에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목표로 해 변화하는지가 설명되지 않아 사실상 서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커다란 약점이다.

출처. 다음 영화

하지만 이른바 개연성 없는 서사라도 상관없다. 서사를 이해하는 이성이 활동하기 전에 노래와 퍼포먼스 즉, 춤과 노래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청각 요소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관통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착한 인물은 착하고 나쁜 인물은 나쁘더라도 상관없다. 갑자기 뭘 잘못 먹었는지 태도를 바꾸는 인물이 있더라도 문제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서사 이전에 춤과 노래로 먼저 감성을 자극하면서 다가오니 말이다. 춤 가르쳐주기를 부탁하려면 사람들이 많은 식당에서 노래 한 곡 뽑아내면 그만이고, 아버지의 품이 왜 갑자기 싫어졌는지 모르지만 멋진 공연으로 아버지에게 한 방 먹여주면 시원하며, 공연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하는 전설의 록스타에게는 전성기 시절 노래를 부르며 마음 속에 아직 남아있는 열정이라는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하면 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래의 힘은 보는 사람이 누구든 쉽게 몰입하고 감정을 위로받으면서 해소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가 본질인 즐거움을 목적으로 추구할 때라는 걸 알게 한다.

출처. 다음 영화

일상에서는 맞이하기 힘든 순간으로 우리를 이끌어가는 엔터테인먼트는 이성이든 감성이든 중요한 것은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개연성이 있는 서사, 눈길을 끄는 화려한 퍼포먼스, 다른 모든 것을 잊고 열광하게 하는 음악 등은 모두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이다. 즐겁지 않으면 비일상의 순간으로 넘어갈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로 돈을 벌 수도 있고,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표현할 수도 있고, 다른 타인이나 사건을 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기 위해서는 즐거워야 한다. 어떤 양상이든 보는 사람, 듣는 사람, 느끼는 사람 등을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를 경험하는 사람 모두가 기쁨(喜), 화남(怒), 슬픔(哀), 즐거움(樂) 등 감정을 이해받고 해소할 수 있게 하는 재미와 즐거움.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감정을 이해받고 해소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는 재미와 즐거움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추구할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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