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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집엄마 Apr 02. 2021

책 읽기 싫은데 읽고 싶어

핑계 같지만 핑계 같지않은 핑계

나는 '책'이 좋다.

서점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씩 넘겨보며 나와 맞는지, 내가 찾는 것들인지 확인하면서 새 책을 갖는다는 설렘이 너무 좋고 온라인의 차가움보다 내 손에 잡혀 넘겨지는 종이의 촉감과 냄새, 그리고 그걸 느끼며 책을 '읽는 게' 정말 좋다.

기사거리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철학이든 교육문제든 만화든 읽는 걸 좋아한다.

결혼 전 회사를 다닐 때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40분이 조금 넘었다.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이라 가만히 앉아서 할 수 있는 건 책 읽거나 자는 것뿐이었다.

내려야 할 역에서 못 내릴까 봐 자기에는 너무 불안했던 마음도 컸고 그때는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지하철의 따분한 시간을 책으로 보낼 수 있었다.

어릴 때는 죽어라 보기 싫던 독서가 왜 커서는 짬짬이 하고 싶었던 건지..

한 번은 1권이 금방 끝나버리는 게 서운해서 일부러 내용이 긴 백과사전 같은 두께의 책도 기어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었던 기억도 난다.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게 되면서 나는 책 읽기가 어려워졌다.

아이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고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독서'에 관해 신경을 쓰려 노력했지만 정작 나는 읽지도 않고 있으면서 아이들은 꾸준히 책을 읽어주길 바랬다.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지만 아이들도 자연스레 책을 받아들인다는 그 말이 생각날 때마다 책을 읽는 척하며 들고만 있었고 다행히 우리 집 아이들은 속았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한 게 어떻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아이들이 책 읽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내가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어떤 부모든 내 자식은 나처럼 살지 않고 더 잘 키우고 싶어 한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은 더 나은 환경에서 살게 해주고 싶고 부모보다 잘 살아주기를 원한다.

그러려면 나는 정서교육, 인성교육, 공부에 대한 교육, 부모교육을 잘 알아야 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책만 읽을 수 없는데 다 읽지도 못한 상태에서 반납기간이 돼버리는 부담감이 싫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건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구입했고 저녁에 애들이 책을 읽고 있을 때는 나도 식탁에 앉아 읽었지만 그마저도 애들이 간식 달라거나 그 날 하루가 너무 힘들었으면 이어서 읽을 수 없는 날도 많았다.

간신히 1권을 읽어내면 나는 또 다른 책을 사들이지만 1권을 끝내는 기간이 길어서 많은 책이 있지는 않다.

그래도 또 새로운 책을 사고 생각날 때마다 읽었다.


책을 읽으면 무엇이 됐든 얻는 게 생긴다.

지식이 됐든 감정이 됐든 새로운 관념이 됐든 무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새겨준다.

그마저도 얻지 못했다면 내가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만족감이라도 얻는다.

책이 좋다는 건 전 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싶다.


그리고 난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 청소를 하고 어질러진 침대와 집안을 치우고 간단하게 커피와 빵조각을 먹으면서 좋아하는 드라마를 다시 보기 하는 걸 좋아한다.

요즘 빠져있는 그림도 그리고 sns를 하는 시간도 좀 있어야 되고 오늘 저녁까지 날씨가 어떤지 기온 체크도 하고 오늘의 기사는 뭐가 있는지 뉴스도 확인해야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가서 조금 후면 아이들이 돌아온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침대 옆에 놓여있는 새로 읽기 시작한 책을 여유 있게 읽고 싶지만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을 책 읽기로만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아깝지 않게 나의 온전한 휴식시간이 되고 싶은데 책을 읽는다는 건 쉬는 게 아닌 것 같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 나의 뇌는 일을 하기 시작하고 나 자신이 일을 한 기분이 든다.

분명히 책을 읽고 싶지만 읽고 싶지가 않아진다.

아이들이 없는 시간은 생각을 하지 않는 시간들로만 보내고 싶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고 싶어 지지 않아 진다.


요즘 책은 읽지 않고 글만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나 역시도 글은 잘 쓰고 싶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중요하다는 건 너무나 잘 알면서 꾸준하지 못하고 다시 또 놓쳐가고 있었다.

책을 읽어야지만 다른 사람의 가치관과 그 세계도 들여다봐야 내가 배울 부분들과 몰랐던 사실을 깨우치면서 나의 생각은 넓게 확장될 것인데 말이다.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은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와 같다고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내가 정신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먼저 책을 읽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오늘도 이렇게 나는 책을 읽고 싶은데 읽을 수가 없었다며 핑계를 늘어놨지만 결국 나를 위한 정신건강을 위해 책을 읽자고 이렇게 스스로 '다짐'한다.

읽고 배우고 얻어야 한다.

정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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