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고집엄마 Apr 13. 2021

아이의 벚꽃 엔딩

작은 마음 큰 감동







출장이 잦은 남편은 집을 비울 때가 많다.

아이들과 나만 있는 집은 익숙해질 만도 한데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남편이 없는 집은 썰렁하고 허전하고 그리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벚꽃이 피고 있을 때 출장이 시작된 남편은 벚꽃이 다 떨어질 때쯤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남편이 없는 그 시간에 만개한 벚나무를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아빠는 벚꽃 구경도 못하고 일만 한다며 중얼거렸는데

1호가 아빠 보고 싶다고 그리워했다.

며칠 뒤 벚꽃이 금방 우수수 다 떨어지고 초록잎이 벚나무를 덮고 있을 때도 나는

아빠는 벚꽃 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돌아오겠다는 혼잣말을 했더니

거기에 1호가 아빠 불쌍하다는 대답을 했다.


이틀 정도 지났을 무렵

2호가 하교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통통한 손에 조심히 떨어진 벚꽃을 주워왔다.

아무 말이 없어 별생각 없어 보였던 2호는

짐작하지 못한 대답과 생각지도 못한 행동으로 엄청난 감동을 손바닥으로 펴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가 봐도 예쁜 벚꽃과

함께 보지 못해 더 그리운 아빠와의 시간들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떨어져 있는 벚꽃을 보며 아빠에게 선물하겠다는 순수한 그 마음 하나로

나와 남편에게는 온갖 사랑스러운 단어들을 붙여가며 행복해졌다.


지금은 다 떨어져 길바닥에도 보이지 않는 벚꽃이지만

매년 새로 피는 벚꽃을 볼 때 함께 피어나는 추억도 하나 더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꼬리가 긴 남편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시작하기

카카오계정으로 간편하게 가입하고
좋은 글과 작가를 만나보세요

카카오계정으로 시작하기
다른 SNS로 가입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