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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집엄마 Apr 27. 2021

길고양이와 나의 완벽한 아침 공기

나와 같았다고 말해줄 수 있었다면




집 주변에 사람도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 있는데 조용히 걸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있다.

아침부터 날씨가 너무 좋아 여유 있게 걷던 중 누가 봐도 차가 지나가야 하는 자리에 길고양이가 원래부터 자기 자리였던 것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내려오는 아침 햇살에 광합성을 하는 중이었다.

난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그 여유로운 모습이 왠지 날 웃게 만들고 핸드폰의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내가 사진을 찍어도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표정으로 반쯤 눈을 감고 햇빛을 쬐는 무심한 듯한 고양이가 더 나를 웃게 했던 것 같다.


그 날따라 날씨도 너무 좋고 컨디션도 좋았다.

혼자 걷고 있는 게 아깝다고 생각이 들 만큼 햇빛과 공기가 완벽했다.

당장 그 기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지만 혼자라는 것에 아쉬움이 들려는 찰나 고양이가 나와 똑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라는 아쉬움은 해소되고 일방적이긴 하지만 동질감으로 교감을 한 기분이 들었다.

그 고양이는 나 같은 사람 따위에 관심도 없다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내가 바라보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라 그런 건지 덕분에 나 혼자 만족한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몇 주가 지난 그 날의 기억은 잊히지 않고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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