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진짜 좋아하지만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이면 우리 가족은 배달음식과 함께 영화를 본다.
주로 아이들의 의견을 수렵하여 저녁 메뉴를 정하는 편인데 두 아이가 2주에 한 번씩 돌아가며 메뉴를 정할 수 있다.
아이들이 정하는 메뉴에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피자, 짜장면, 햄버거, 스파게티 등이 있지만 역시나 대한민국 외식의 대표 메뉴인 '치킨'은 우리 집 배달음식 메뉴에서도 단연 1등이다.
치킨이 배달해서 오면 상자 안에 들어있는 단 두 개의 닭다리는 아이들 각자 손으로 하나씩 나눠진다.
부드럽고 쫄깃한 닭다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다.
나와 남편은 당연하단 듯 아이들이 손 안대는 터벅살인 닭가슴살을 소스에 왕창 묻혀 먹는다.
난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내가 어릴 적 치킨은 '통닭'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었다.
1~2주에 한 번씩 시켜먹던 그때 당시의 통닭은 튀김옷이 빵빵하게 입혀져 있었지만 닭도 커서 상자에 다 들어가지 않아 고무줄로 칭칭 감아서 팔았었다.
나와 내 남동생은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당연하듯 닭다리를 먼저 집었고 어린 우리는 부모님도 같이 드셔야 된다는 생각을 못한 채 그 닭을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초등학생이었던 우리가 닭가슴살까지 점령해서 처음으로 한 마리를 다 해치운 날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가 "아이고, 이제는 한 마리로 되지도 않네"라고 말씀하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때는 어린 생각에 '우리가 닭 한 마리를 뚝딱 할 만큼 컸으니 다음에는 두 마리를 시켜야겠다'라고 혼자 해석하고는 생각을 마무리해버렸다.
분명 엄마도 나와 내 동생이 맛있게 배불리 먹는 모습이 좋아 손을 못 대시고 한 조각이라도 남길 바라며 기다리셨을 것이다.
터벅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음료 없이 먹기 힘든 닭가슴살이지만 그거라도 한 입 드셔 보길 원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나와 내 동생은 그걸 전혀 알지 못했고 당연하듯 한 마리를 뚝딱 해버렸다.
그때 부모님의 마음과 눈빛이 지금 내가 내 아이들에게 그대로 향해있다.
엄마도 닭다리살 너무 좋아하지만 너희가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엄마 입으로 들어간 행복보다 몇 만 배는 더 만족스럽다고 눈빛으로 말하고 행동으로 전달하고 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행동만 하고 싶지만 너희를 낳고 키우다 보니 너희의 만족과 행복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큰 삶의 에너지와 얼마나 높은 엔도르핀을 선물하는지 너희에게로부터 전달받고 있다.
그리고 나도 내 부모에게는 그런 존재였었다는 걸 느끼며 살고 있다.
부모님을 통해
아이들을 통해
그리고 고작 그 닭다리 하나로 인해
얼마나 따뜻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감사하게 된다.
엄마! 아빠!
내가 올라가서 치킨 사줄 테니까 닭다리 하나씩 꼭 드시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