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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 Jan 17. 2018

영화 <패터슨> 리뷰

일상이라는 예술

영화 패터슨은 패터슨에서 태어난 시인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암스를 좋아하는!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다. 영화는 뉴저지의 패터슨시에 살고 있는, 종종 시를 쓰는 버스운전기사 패터슨의 일주일을 담고 있다.

패터슨의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거의 똑같이 반복된다. 패터슨은 자신의 일상을 비밀노트에 시로 적는다. 그는 매일 아침 6시 10분경에 알람없이 눈을 뜬다. 눈을 뜨고 아내 로라에게 입맞춤을 한뒤,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한다. 버스 운전석에 앉아 시를 적고 동료의 하소연을 듣고 난 뒤 운행이 시작된다. 퇴근후의 일상도 반복적이다. 현관 앞 기울어진 우체통을 바로잡으며 집으로 들어가고 저녁을 먹고 반려견 마빈을 산책시킨다. 산책길엔 언제나 동네 펍에 들러 맥주 한잔을 마신다.

버스운전기사인 패터슨은 매일 같은 길을 운전한다. 그러니까 그는 하는 일도 반복적이다. 경로를 이탈하는 버스는 사고이며, 일정한 시간과 같은 경로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 재미없게 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내일이 그대로 복사되는 것은 아니다. 언뜻보면 똑같아 보이는 하루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달라져있다.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같은 날은 없다. 그렇게 패터슨의 일상은 반복되는 듯하지만 조금씩 변주된다.

패터슨의 일상은 단순하지만 그의 곁에는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다. 매일 아침 듣게 되는 동료의 불평, 승객들의 대화, 저녁 시간 펍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시시콜콜한 일상, 출퇴근길과 마빈과의 산책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매일매일을 다채롭게 살아가는 그의 아내 로라까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패터슨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시에 담는다. 그렇게 일상이 예술이 된다.

아내 로라는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패터슨과 달리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그런 점이 로라를 사랑스럽게 만든다. 로라는 예술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지만 매일매일 예술활동을 한다. 밋밋한 커튼에 무늬를 넣거나 검은색 원피스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린다. 로라에게 집은 주거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 자신의 예술을 구현해내는 장소가 된다. 일상의 공간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패터슨이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시간 속에서 시를 찾아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런 점에서 패터슨과 로라는 서로 다른듯하면서도 같다.


로라는 패터슨의 시를 좋아한다. 패터슨의 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패터슨의 시들이 담긴 비밀노트를 복사해둘 것을 권한다. 패터슨은 시노트를 복사하기를 늘 주저한다. 패터슨은 자신의 시를 로라 이외의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 같지 않다. 패터슨에게 시는 는 존재의 일부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깊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보일 수 있으니까. 

영화에는 패터슨에게 "시인이세요?"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몇번 등장한다. 그때마다 패터슨은 시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직업은 버스운전기사라고 덧붙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퇴근길에 만난 소녀는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하면서, 자신의 시를 낭독해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 나온  몇편의 시 중에서 가장 좋았다.)

몇번의 우연이 겹쳐 사고가 생겼다. 사고를 친 주인공은 패터슨과 로라의 반려견인 마빈이다. 마빈을 차고로 내쫓는 로라와는 달리 패터슨은 언제나처럼 차분하다. 차고에서 마빈을 데려온 뒤, 마빈에게 "니가 밉다"고 말할 뿐이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던 패터슨은 공원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곳에서 패터슨처럼 패터슨이 낳은 시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좋아하는 일본인을 만나게 된다. 패터슨은 "시인이세요?"라는 질문에 이번에도 "버스운전기사입니다"라고 답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이 "시적(詩的)이네요"라고 답한다.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 이름은 넬리다. 칸 영화제에서 팜도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끝으로 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시적(詩的)이지 않은 직업이 어디이겠는가? 아니 모든 삶이 시적(詩的)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과 풍광, 그리고 소소한 일들에 주목하면 그것이 시가 되는 것일 아닐까. 일상이 단조롭고 지루하다는 말은 어쩌면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외면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패터슨>은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상이 곧 예술이라는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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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을 관람하시는 분들께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세요. 
의미를 다 헤아릴 필요는 없어요. 
사실 저도 모르거든요. 

이건 그냥 평온한 이야기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 
인생이 항상 드라마틱한 건 아니니까. 

저는 여러분들이 그저
이 영화의 순간순간
거기 있어주기를 바랍니다. 

- 짐 자무쉬 감독 -
(짐 자무쉬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출처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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