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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Nov 17. 2021

인천의 재발견

지키고 싶은 것들이 생겨간다

인천에 산지 29년이 되어가는데,

나는 생각보다 인천에 관심이 없었다.

최근 자발적 백수로 살면서 우연히

'인천 스펙타클'이라는 계정을 알게 됐고

거기에서 진행하는 '에디터 스쿨'에 참여하게 됐다.


줌을 통해 강의를 듣고, 한 달에 한 번씩 특강을 통해

새로운 이들의 말과 생각을 전해 듣는다.

사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불편해서

철회를 할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점을 보고 인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졌다

에디터 스쿨을 하면서 한 번도 가지 못했던 카페나 장소에 방문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인천 내에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최근 인천시와 인더로컬 협동조합이 같이 진행한

 '필름산책'에도 참여했다.

2주간 매주 토요일에 필름 카메라에 대해

배우고 찍어보는 프로젝트였는데,

상상 이상으로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사진가 선생님의 옛 인천이야기에 두 눈을 반짝이며 수업을 들었고, 이후 자유시간에는 배다리 헌책방부터 인천역까지 걸으면서 시선이 가는 곳을 촬영했다.


골목골목 재미있는 곳이 많았고, 내가 보려 하지 않았고

관심 두지 않았던 인천의 모습을 알게 되어 재미있고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생각한 인천의 모습은 오래되고

낡은 느낌이 강했는데, 필름 산책과 에디터 스쿨 수업을

들으면서 바뀐 생각은 인천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그리고 옛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었다.


나는 옛날의 것을 좋아한다. 지금의 삶이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예전의 정겨운 모습은 사라지고 있고, 사람들도 정 보다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기 급급해졌다.

나는 그것을 경계하며 살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부디 10명 중에 한 명쯤은 옛것을, 따뜻한 마음을,

타인에 대한 관심과 신경을 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 마음을 갖고 인천을 느끼고 있자니

이곳은 꽤나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고,

그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필름산책 2회 차 때 '북성포구'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곳은 일몰으로 유명해 사진가분들이 많이 찾는 장소이다. 나는 해가지기 1시간 전쯤에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그곳에서 생선과 새우젓 등을 판매하는 상인분들도 보았고, 그물을 수선하는 분도 보게 되었으며, 그들의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모습도 발견했다.

그리고 뒤쪽 편에는 공사 중인 모습을 봤는데,

처음에는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일몰 촬영을 하러 온 분 중

한 명의 이야기를 듣고 그 모습이 달리 보였다.

북성포구도 매립지 개발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갯벌이 보이고, 바다의 모습인 이곳이

다시 흙으로, 돌로 매워져

그 모습을 감추게 된다는 것이었다.

인천은 바닷가이나 매립이 진행됨에 따라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나 또한 이미 보아온 모습은 매립 후의 모습이라

인천 바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북성포구에서 그 이야기를 듣는데 서운한 마음이 앞섰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갯벌의 모습을 보았고,

며칠 내로 다시 방문한다면 바다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의 사람들은 그곳이 그토록 예쁜, 아름다운

그리고 누군가의 생활터전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될 것이다.

그 사실이 마음이 아파왔다.


사진을 많이 찍어두고 기록해두어야지.

지금의 나는 혼자 매립을 막지는 못해도, 그렇게 남겨두어

나중에 북성포구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려줘야겠다.


 이렇게 멋있는 곳이었다고,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멋있는 곳들이 사라져 간다고 함께 그걸 지켜보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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