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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Nov 16. 2021

꽃을 사는 이유

그날의 깨달음


얼마 전 지인에게 축하할 일이 생겨

그녀가 일하는 사무실에 방문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곳에 며칠 지나지 않아서

또 방문하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생각보다 그녀가 내 삶에 깊숙이

들어온 게 아닌가 싶다


가는 길 지하철역에 내려서

꽃을 판매하는 곳에 시선이 갔다

축하할 일이니 꽃을 사서 가자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이겠지.

총 세 사람에게 줄 꽃다발을 사서 한아름 안고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꽃을 산 게 언제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을 살뿐,

생신날에 꽃다발을 살뿐

보통 기념일에만 축하하기 위해 드물게 한 번씩 살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올림픽 때 외국 선수들이 꽃을 많이들 샀다고,

축하를 위해서보다는 기분전환 겸으로 말이다

사실 당시에 흘려들어서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이날 내가 샀던 꽃들을 보면서 그 이야기에 동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분명 내 것이 아닌데, 누군가의 좋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산 꽃들이 내 기분마저 상쾌하게, 뿌듯하게, 행복감을 선물해줬다


 짧게 축하의 말과 이야기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새로 발견한 꽃집에 들어갔다.

그중 화려하지 않고 수수한, 너무도 예쁘게 피어있는 국화 한 다발을 구입했다.


축하하기 위해서, 기념일 때문이 아니라

그냥 기분이 좋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꽃을 들고 집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그리곤 집에 도착해서 엄마한테 '꽃 가질래?'라며 부끄러움을 숨기고 선물했다.


한 번씩 기분전환으로, 누군가에게 그냥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나를 위해서 사는 것도 꽤 의미 있는 일 같고 말이다.


오늘도 우리집에 활짝 피어있는

분홍색 국화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울렁울렁거린다

조금만 더 오래, 오래 예쁘게 활짝 피었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아주 작고 수수한 아이가 하루의 기분을 결정해주다니

꽤나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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