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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Nov 27. 2021

나의 필름 카메라

캐논 오토 보이 텔레

3년인가 4년 전쯤 갑자기 필름 카메라에 꽂혔다

당시에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처음 갖고 싶던 카메라는 캐논 '오토 보이 텔레'였다.

(가수 블락비 피오의 카메라로 유명했다고 들었다.)

자동 필름 카메라이면서 입문으로 좋다고 하길래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중고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거래를 했다


이전에도 계속 카메라가 올라오면 연락을 돌렸지만

가격대가 맞지 않거나 다른 잡음이 있어서

불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기도 많다고 하길래 겁이 많은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정말 갖고 싶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결심에

외부의 일을 보다가 어느 상가에 멈춰 서서

문자를 주고받았고 거래에 성공했다

먼저 입금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첫 필름 카메라가 나에게 왔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와 모든 여행에 동행하는

유일한 카메라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편리한 디지털 세상에

살고 는데,

필름 값도 비싸고 인화도 해야 하는

필름 카메라를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색감이 주는 따뜻함 때문이었다.

디지털카메라에서 볼 수 없는,

포토샵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의 색상.


그것이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셔터의 소리,

세 번째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핸드폰으로 연달아 사진을 찍는데

익숙해져서 그 기다림이 힘들었는데

어느 시점이 지나자 그 기다림은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필름은 한 컷 한 컷이 다 돈이라

쉽게 셔터를 누를 수가 없다

원하는 광경에서, 그 찰나에, 숨을 죽이고 신중하게 누른다


그 한순간에 드는 오만가지 생각은

셔터를 누르려 준비하는 그 순간

모두 정지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확한 사진을 얻기 위해 숨을 잠시 참고,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렇게 찍은 필름은 다시 어느 정도의 시간을

버텨내야만 사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인화하거나 스캔하기 전까지는 결과물을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점이 필름 카메라의 매력 중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고도 느낀다

찾고, 찍고, 맡기고, 기다림이 있는 것처럼

삶도 무언가 찾으려 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결과물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나는 이런 점 때문에 필름 카메라에 대한

욕심이 점차 커져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자동 필름 카메라로 만족했는데,

지금은 조금 더 내 시야로, 내 시선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찍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조만간 나는

수동 필름 카메라를 구입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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