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일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일기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어쩌면 가장 어려울 수 있겠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이었고,
지각하지 않는 게 법칙 같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습관과 법칙은 하나씩 무너져갔다
내가 이뤄놓았던 것들은
내가 아니라 부모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고
그 노력으로 만들어진, 굳어진 것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지각이 잦아졌다
아침형 인간인 줄 알고 살았던 나는
저녁형 인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도착은 누구보다 빠르게 했던 나는
어느새 지각쟁이가 되어있었다
어쩌면 이게 정말 내 모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스무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온전한 나의 것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 같아
무서웠던 날들이 많았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하다 보니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인다
나는 한 곳에서 짧으면 6-10개월,
길면 1년 반 정도가 최대로 머무는 기간이었다
가까운 어른인 부모님만 보더라도
한 곳에서 하나의 일을 20년간 해오셨다
그 꾸준함은 내가 따라잡기에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존경스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나는 한 번쯤, 한 번 만은, 한 곳에서
3년 정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히 든다.
'아, 3년 정도 일해보니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해보고 싶다.
10년, 20년이 어렵다면 3년이라도 하나의 일을 하면서
그 꾸준함의 맛보기를 누려보고 싶다
'나도 꾸준함이 있는 사람이었지'
'나라고 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말이다.
짧게 회사를 옮겨 다니는 일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저 한자리에 계속 머물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