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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랑 Jan 13. 2023

어른의 타투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그것

 여름의 끝물, 옥천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머무는 기간에 지역 축제가 열리는 것을 알게 되어 옥천에서 알게 된 다정한 사람들과 방문했다. 전염병으로 오랜만에 열리는 지역 축제. 큰길에 다양한 부스와 먹거리 트럭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이 반갑기만 하다.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 아직 열지 않은 부스도 있었지만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에서 얼마나 오랜만에 열리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길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축제가 한껏 느껴져 기분이 들뜬다. 흩어져 구경하다 먹거리 트럭 앞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동행인을 발견하여 자연스럽게 다시 모인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한쪽 뺨에 타투 스티커가 있다. 귀여운 모양에 너도나도 어디서 했는지 물어 부스를 찾는다.


 책상 두 개가 이어져 있고 그 위로 알록달록한 타투 스티커가 가득이다. 열심히 스티커를 고르는 어린이 옆으로 어른도 취향에 맞는 스티커를 고르기 시작한다. 스티커를 열심히 고르는 어린이와 어른이 섞여 있는 모습이 귀엽다. 고른 스티커가 마음에 드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어린이가 빠져나간다. 나는 얼른 남는 자리에 들어가 스티커를 이리저리 보기 시작한다. 욕심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을 고른다. 부스를 담당하시는 선생님 두 분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보시고 잘 붙는 스티커를 추천해 주신다. 어른들이 한마음으로 고른 스티커. 선생님께 원하는 위치를 말씀드리고 몸을 맡긴다. 나는 둥그런 모습의 유니콘을 선택했는데 오른쪽 손등 위에 잘 붙었다. 붙은 모양이 생각보다 더 귀여워 마음에 든다. 타투가 새겨진 곳을 이리저리 보며 다시 길을 걷는다. 어렸을 때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지역 축제를 이렇게 즐길 줄이야.


 집으로 돌아와 며칠 지나니 스티커가 지워진다. 생각보다 튼튼한 스티커가 놀랍고 날마다 지워져 가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스티커를 물에 불려 손등에 착하고 얹은 나의 첫 타투. 귀여운 일을 같이 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좋고 혼자서는 쑥스러운 일도 같이 하자고 하면 해 줄 사람을 만나서 또 좋다. 다 같이 할머니가 돼서도 귀여운 것을 열심히 고르는 사람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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