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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랑 Jan 11. 2023

예스! 태. 권. 도!

충청도에서 만난 귀여운 우리나라 무예

 대전에 도착하고 옥천으로 가는 버스 출발까지 남은 시간은 육 분. 다음 버스는 한 시간 삼십 분 뒤이다. 이 버스를 놓치면 저만큼 기다려야 된다는 말인데. 천천히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성질 급한 자의 다리는 이미 달린다.


 매표소에는 이미 줄 서 있는 몇 사람과 질서 없이 끼어드는 사람들. 오랜만에 보는 새치기에 눈이 날카롭게 옆으로 퍼진다. 새치기하는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구한 표를 쥐고 다시 달린다. 일초가 급한데 직원께서 표를 주신 거면 탈 수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일분을 남기고 버스에 골인. 기사님께 감사 인사가 저절로 크게 나온다.


 입구와 가까이에 있는 아무 자리에 털썩 앉아 잠시 그대로 멈춘다. 들숨날숨 몇 번 후 일주일 치 짐이 담긴 배낭을 옆으로 정리하면서 뒤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급하게 고개를 돌렸는데 뒤늦게 낯선 이목구비가 떠오른다. 나를 포함해서 버스에 있는 사람은 총 여섯 명. 그중 두 명이 버스 창문 밖으로 지나가는 간판을 드문드문 읽는 외국인이다.


    "태... 권... 도... 예스! 태. 권. 도!“


 저절로 눈이 휘고 입이 크게 벌어진다. 이럴 땐 마스크가 있어 다행이다. 갑자기 터지는 웃음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쉼 없는 버스 이동에 나는 멀미가 환기되며 ‘시작이 즐겁네’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의 첫 옥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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