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탕비실의 컵라면처럼, 나를 채우던 자기계발서를 떠올리며
나는 내가 똑똑한 줄 알았다.
암기 과목들을 잘 외우고, 기억력도 좋았으니까.
반장투표에 몇 번 나갔었지만, 늘 떨어졌었다. 그러다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부반장이 되었다.
반장과 부반장이 되어 교무실에 가던 날, 반장이 나에게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말도 잘하고 뭔가 척척할거 같더니,
너, 생각보다 허당이네?”
그 말이 마음속에 오래 박혀 있었다.
아마도 그게 처음으로 ‘남들이 보는 나’와 '진짜 나'가 다르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할 때 더 진심으로,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 애썼다.
아무리 좋은 글도, 남이 쓴 글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진짜 마음에 담아야만 내 것이 됐다.
노력을 하다보니 점점 안 되는 것 보다 되는 게 많아졌고, 어느새 나도 좀 ‘스마트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사회에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알바경험이 많은 실전형이라고 자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런 나는, 내가 바라는 나였을 뿐이었다. 실제 사회생활의 나는 느렸다.
직장은 학교와 달랐다.
누군가 앞에서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내가 직접 살아내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자기계발서를 붙잡았다.
<20대에 꼭 알아야할 것들>
<30대에 꼭 알아야할 것들>
<직장생활 생존전략>
<디테일의 힘>
<리더십>
<감정관리법>
<배려의 기술>까지.
정말 많이도 읽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몸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조급했고,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했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나를 돌아본다.
패기도 열정도 있었지만, 성숙함과 여유는 없었다.
남편과 지나온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그는 아담샌들러 주연의 영화 <클릭>을 보라고 했다.
청년시절에 봤던 영화였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보다가 눈물이 났다.
진심으로 그랬다.
이제야 느껴지는 것들,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남편이 말했던 게 무엇인지 알았다.
내가 읽어 치우던 자기계발서들은
인생을 끌어주는 선생님이 없던 시절, 나의 몸부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쓰려한다.
하고싶지만 표현하지 못해 멈춰있는 이들에게,
젊은 날의 나에게.
이제는 내가, 글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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